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은 "법은 힘 있는 사람의 편"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법이 권력통제 못 한다” 15.2%
“분쟁해결 못해”10%
이번 조사는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고 있는 19세 이상 3400명을 대상으로 개별면접조사(TAPI)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문조사원이 직접 각 가구를 방문해 태블릿PC로 답변을 받은 뒤 그 결과를 분석했다.<관련기사 3면>
“공정하게 집행” 53.8%
“국민이익 대변” 51.6% 그쳐
'법이 공정하게 집행된다'는 응답은 53.8%, '법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응답은 51.6%에 그쳐 절반에 불과했다.
법치주의가 구현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지도층의 법 준수 미흡(32.8%)'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부적절한 법집행(27.9%)', '권위주의(20.6%)', '국민 법의식 부족(18.4%)' 등의 순이었다.
다만 몇 가지 세부분석 지표에서는 2019년 조사에 비해 인식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희망적인 모습도 보였다.
소득수준 높을수록
긍정적 답변비율 2년 전 보다 높아
'법은 정의롭다'는 항목에 대해 '매우 그렇다' 또는 '대체로 그렇다'고 평가한 응답자가 2019년 49.5%에서 2021년 57.2%로 나타나 7.7%p 증가했다. '별로 그렇지 않다' 또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18.8%에서 9.9%로 8.9%p 낮아졌다.
'법은 공정하게 집행된다'는 답변도 51.9%에서 58.7%로 6.8%p, '정부의 정책판단은 공정하고 믿을 수 있다'는 답변도 47.2%에서 62.4%로 15.2% 증가했다.
월소득 200만원 이하
“법이 정의롭다” 52.6%→66.4%
이 같은 경향은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두드러졌는데, 월소득 200만원 이하 응답자의 경우 '법이 정의롭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한 비율이 2019년 52.6%에서 2021년 66.4%로 2년 만에 13.8%p 높아졌다.코로나19 팬데믹이 국민 법의식에 미친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법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질서·안전(54%)'과 '권위·권력(48.3%)'이라고 답변한 응답자가 다수를 이룬 반면, '정의(37.1%)'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32.8%
“사회지도층 법 준수 미흡…법치주의 구현 안돼”
또 '모든 국민은 자유롭게 집회할 수 있다'는 답변은 2019년 82.8%에서 2021년 76.4%로 감소한 반면, '자유롭게 집회할 수 없다'는 답변은 17.3%에서 23.6%로 늘었다. 감염병 확산으로 활동의 자유가 제한되고, 사회 전반의 공포와 규제가 계층과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적용된 상황을 반영한 인식 변화로 보인다.
이번 조사의 연구책임자인 이유봉 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적 정의의 성격에 대해 기회의 균등보다 불공평한 결과의 조정으로 보는 견해가 약간 우세해졌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겪으면서 법이 추구하는 정의에 대한 인식이 변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법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 인식은 증가했다"며 "한국인들의 자신에 대한 성찰적 인식과 사회에 대한 신뢰정도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