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 제도)'를 도입해 소송당사자에게 증거조사 권리를 주고 효율적인 재판을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22일 '한국형 디스커버리 도입 방향'을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현행 소송절차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주로 영·미법계에서 상대방이나 제3자로부터 소송에 관련된 정보를 얻거나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변론기일 전에 진행되는 사실 확인 및 증거수집 절차다.
김원근(59·사법연수원 22기) 변호사(미국 버지니아·메릴랜드·워싱턴 DC 변호사)는 이날 '미국법원의 증거조사 실무: 우리나라와 다른 점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증거조사에 관한 국내 법률과 실무는 법원의 주관 아래 이뤄지지만, 미국은 변호사 등 당사자 주도로 이뤄져 효율 면에서 차이가 크다"며 "(국내) 증거신청은 당사자에게 맡기고 이의가 있는 경우에만 법원이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판사에게 신청·승인을 받아야 증거조사를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소송법의 큰 단점은 비효율적이고 사실관계 파악에 필요한 증거조사를 충분히 할 수도 없다는 점"이라며 "증거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독촉하는 것도 판사의 승인이 필요해 재판 지연으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식 디스커버리에선 판사의 승인 없이 당사자가 증거조사를 할 수 있고, 제3의 기관이 증거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할 권리도 당사자에게 있다"며 "필요한 증거를 수집할 권리를 당사자에게 부여해 효율적인 증거조사와 재판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완근(47·33기) 한국사내변호사회 ESG 위원장은 "디스커버리 제도는 소송 이전에 당사자가 상호 증거를 확인하고, 소송이나 화해 여부를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지만, 도입 시 요건과 절차 등을 섬세하게 설계해야 한다"며 "증거 수집 및 입증책임이 활발히 논의된 손해배상소송에 우선 도입하거나 지적재산권 및 영업비밀침해 사건 등 특정 소송에 시범 도입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용상 법무법인 율촌 외국법자문사는 "미국 소송의 증거개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사생활 침해나 영업기밀에 준하는 사실들이 알려지는 단점과 비용부담으로 당사자가 합의 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방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김관기(59·20기) 변협 부협회장이 좌장을, 이춘수(52·32기) 변협 제1법제이사가 사회를 맡았다. 지정토론에는 최호진(46·39기) 서울남부지법 판사, 정영진(56·25기) 인하대 로스쿨 교수, 박서영(41·변호사시험 1회) 법무법인 삼율 변호사, 좌영길 헤럴드경제 기자, 안성열(44·5회) 내일신문 기자가 패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