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투표보조 지침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조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경남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A씨는 부모와 함께 투표를 하러 갔지만 "발달장애인이어도 손이 불편해야만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다"며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투표 보조를 거부당했다. 부산에 사는 발달장애인 B씨는 활동지원사와 동행해 투표보조를 받으려 했으나, 투표소 관계자는 "눈이 보이고 걸어다니기 때문에 투표보조가 안 된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지난달 대선 투표에서는 공직선거법상 지원이 명시된 시각·신체장애인에 대한 투표보조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 투표권 보장’
차별금지법 규정과 배치
공직선거법 제157조 6항은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법이 '시각 또는 신체장애인'에 대한 투표보조만 규정한다는 이유로 선거사무지침상 투표보조 대상에서 발달장애인은 제외해왔다. 이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오자 2016년 중앙선관위는 투표보조 지침에 '지적·자폐성 장애 포함’이라는 문구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관위는 돌연 발달장애인 투표보조를 지침에서 삭제했다. 이에 장애인단체들은 지난해 11월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지원에 대한 임시조치를 법원에 신청했다. 그 결과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송경근 부장판사)는 선관위의 선거사무지침 중 '자신이 혼자서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에 '발달장애인'을 포함하도록 수정하라는 결정을 내렸다(2021카합21948). 이에 따라 발달장애인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부터 다시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3월 4일과 5일 치러진 대선 사전투표와 같은 달 9일 치러진 대선 본투표 현장에서는 여전히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보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선거사무원 교육 통해
6월 선거부터 지켜져야
최초록(33·변시 5회)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투표 보조가 잘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선관위의 지침 내용이 불충분할 뿐 아니라 선거사무관 교육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의 장애인 투표보조 정책은 시각·신체 장애와 같이 눈에 띄는 장애유형을 위주로 짜여지다보니 발달장애는 다른 장애 유형에 비해 사회적 이해도와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손을 쓸 수 있고 자율적 보행이 가능한 발달장애인일지라도 본인이 투표하려고 마음에 둔 후보가 있어도 투표장 기표 용지를 보고 후보 매칭을 다소 어려워한다든가, 중복 장애가 있는 등 다양한 장애 유형이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물론 선관위의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관위의 투표보조 지침 불이행은 공직선거법 뿐 아니라 장애인 차별금지법이나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에 명시된 장애인 투표권 보장 규정에도 어긋난다"며 "6월 지방선거에서 장애인 참정권 침해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투표보조 지침을 현장에서 수행하는 선거사무관에 대한 교육이 보다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