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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검수완박’ 정면 비판…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
안재명 기자
2022-05-02 12:44
법률은 사회를 지탱하는 ‘철근’…함부로 휘어서는 안 돼
1964년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는 법학전문대학원은 물론 전국 대학에서 연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1600여 명의 법학교수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한국 법학계 대표단체다. 법학교수들의 학술활동 증진과 법학교육 발전은 물론 법학계와 축을 이루는 법원, 검찰, 변호사 등 법조 실무계와의 협력을 통한 법치주의 창달을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본보는 지난달 18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신법학관 연구실에서 정영환(62·사법연수원 15기·사진) 한국법학교수회장을 만나 법학교육에 대한 진단과 최근 법조계를 강타하고 있는 '검수완박'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들어봤다. 판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한국법학교수회장에 당선된 그는 "법률은 사회를 지탱하는 철근과 같다"며 함부로 구부리거나 휘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법학 역시 사회의 근간이 되는 '기간(基幹)학문'인 만큼 지속적인 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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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정영환(62·사법연수원 15기·사진)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은 1983년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 탓에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내내 불안할 수밖에 없었지만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이 그를 지탱해 주었다.

"대학 3학년 때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이 설립한 아산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게 되면서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사라져 그때부터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수험기간 내내 어떤 때는 붙을 것 같고 또 어떤 때는 떨어질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왕 공부하는 거 목표라도 수석으로 잡고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나태해 질 때면 '수석 할 사람이 이래서 되겠나'하며 다시 공부하고, 이해가 안 될 때도 '수석 할 사람이 이것도 몰라서 되겠나'하면서 마음을 다 잡은 게 꽤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웃음)."


대학 때 장학금 받으면서

 학비부담 덜고 공부전념


이후 사법연수원과 해군법무관을 거쳐 1989년 부산지법 울산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수원지법, 서울지법 동부지원, 서울고법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으로 11년을 근무했다. 2000년 3월 모교로 다시 돌아온 것은 스승과의 우연한 통화 덕분이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대학원 은사님이셨던 유병화 교수님께 안부전화를 드렸다가 우연히 부장판사 급에서 민사소송법 교수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잠시 고민했지만 결혼하기 전 연애시절 아내에게 교수가 되겠노라고 약속했던 기억이 나 모교에 원서를 냈습니다. 법원을 떠나는 것은 몹시 아쉬웠지만 결과적으로 교수라는 직업에 만족합니다. 교수는 선비와 같습니다. 끊임없이 생각을 다듬어 연구를 거듭해 이론을 세워 그것을 가르치고, 그것이 제자들과 법원, 검찰, 변호사 등을 통해 실무에 적용되는 것을 보는 직업이므로 매우 기쁘고 보람 있는 일입니다."


사시합격 후 판사근무 11년 만에 

모교 법학교수로


한국민사집행법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민사법 분야의 권위자인 그는 법학을 사회의 '기간(基幹)학문'이라고 표현했다. 한 나라 산업의 기초가 되는 전력, 철강과 같은 산업을 기간산업이라 하듯, 법학은 사회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로스쿨은 낮은 변호사시험 합격률로 학문 후속세대 양성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학은 이론과 실무의 상생관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과거 사법시험 때는 두 분야가 완전히 분리돼 있었지만, 로스쿨 제도가 도입돼 상생관계가 강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낮은 변호사시험 합격률로 기초학문은 고사위기에 놓였습니다. 로스쿨 학생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 50%라는 리스크를 안고 입학했기 때문에 시험 준비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로스쿨에서도 교수가 정년으로 은퇴하면 기초학문을 전공한 교수보다는 실무 교수를 늘리는 추세입니다. 시험에 대한 압박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학생들이 먼저 기초법학에 반응할 것입니다. 변호사시험 과목 외에 기초법학이나 다른 전문 법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관련 수업 및 교수 확대 등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낮은 변시 합격률로 

법학의 기초학문 고사위기”

 

178318_1.jpg그는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 법률시장의 파이(pie)가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시장 전체가 확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단체는 변호사가 수가 증가하면 시장의 파이가 줄어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 오히려 법률시장 규모 자체가 확장될 수 있습니다. 공급을 통해 압력을 가하면, 지금은 변호사가 진출하지 않는 분야에도 변호사가 진출하는 등 시장 개척을 통해 전체 시장규모는 오히려 팽창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법의 지배'가 그만큼 확산되는 것입니다."


법학교육 정상화 위해 

변호사시험 합격률 높여야


정 회장은 로스쿨 제도가 도입됐더라도 학부에서의 법학 교육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후 전국 대학의 법학과가 사회과학대에 편입되거나 경찰법학과 등으로 개편된 사례가 많습니다. 이는 단순히 법학교수 자리가 줄어드는 차원의 문제를 넘어 법학 전공자 수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로스쿨이 도입됐다고 해서 학부 법학의 의미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인재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그만큼 법상식이 길러진 시민이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흔적이 사회에 남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대륙법계의 전통이 상당한 장점이 있는 것입니다."

 

변호사수 많아지면

 법률시장규모 확장될 수 있어

 

학부 법학을 육성하기 위한 사회적 지원으로는 공무원시험에서 법학과목을 늘리는 등 법학수요를 증대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학부 법학이 축소되면서 법학전공자 뿐만 아니라 법학박사들이 강의·연구할 수 있는 자리도 많이 줄었습니다. 이대로라면 학문후속세대 단절은 자명한 일입니다. 법과대학이 맡고 있는 일반 국민 법교육과 법학전공자의 공무원, 기업 법무팀 진출 등은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여전히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사회적으로 공무원이나 기업 입사시험에서 법학 비중을 높이는 등 지원이 필요합니다. 한국법학교수회도 법학교육인증제도 도입 등 법학을 장려할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기업 등 채용시험에 법학비중 높이는 등

지원 필요

 

판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한국법학교수회장에 당선한 그는 최근 논란이 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법학교수회장은 대법관·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위촉되며, 법관·검찰인사위원회 위원에 대한 추천권도 갖는다. 정 회장은 "법률은 사회를 떠받들고 있는 철근과도 같아서 함부로 구부리거나 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철근이 휘면 튼튼한 건물을 지을 수 없듯이 법률이 받쳐주지 않으면 사회가 안전하게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법률을 함부로 구부려서는 안 됩니다. 불과 1년 전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을 통해 건국 이후 70여 년 동안 유지돼온 형사사법체계에 큰 변혁을 시도했고,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입니다. 1년 전 시행한 수사권 조정이 운영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또다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대폭 축소하는 것은 수사권의 적정한 운영을 위한 수사기관 상호 간 견제와 균형 법리에도 완전히 배치됩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1년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상태

 

그는 '검수완박'이 헌법과 법률적 관점에서도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수사권을 전면 박탈하는 것은 경찰 수사의 적법성에 대한 통제 권한도 함께 없애거나 약화시켜 자의적인 경찰 수사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 우려를 가중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수사단계에서 영장청구권자를 검사로 한정한 것은 법률전문가인 검사를 거치도록 해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줄이고자 한 것'이라고 천명했습니다. 대법원도 검사 제도의 기본 취지에 대해 '인권침해의 소지가 가장 많은 수사 분야에서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는 데 있다고 봤습니다. 이번 '검수완박' 개정 법률은 위헌이라고 보는 것이 법률가의 상식에 부합하다고 봅니다. '검수완박'이 현실화되면 검사는 경찰의 1차적 판단에 의존해 공소제기 권한을 행사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는 공소제기와 공소유지의 결과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경찰에 공소제기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기소독점주의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246조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입니다."


문제점 많은 '검수완박', 

진정한 국민 뜻 인지 의문


정 회장은 '검수완박'이 진정 국민의 뜻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도 그동안 독점적으로 부여받은 수사권을 남용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검수완박'이 진정 국민의 뜻인지는 의문입니다. 수사권 조정이 급격하게 이뤄진다면 검찰에 있는 수많은 전문 인력들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는 자원의 효율적 분배 차원에서도 맞지 않습니다. 국민은 국회의원을 뽑아 입법을 위임했지만 여론을 통해 통제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1년 전 시행한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당리당략에 따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라면 결국 그 결과는 국민에게 평가받을 것입니다."

 

국회의원에 입법 위임했지만 

여론따라 통제 받아야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더 높은 차원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진보·보수로 얽매이지 말고 국가의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정상에 올라가면 새로운 지평이 보일 것입니다. 정치권도 더 높은 차원에서 국가 발전을 논의해야 합니다. 한국법학교수회도 대한민국 법학과 법학교육의 발전을 위해, 또 로스쿨과 법과대학 및 법학과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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