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1.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6도14995 판결(세월호 7시간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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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는 공산주의자” 발언은
사실적시로 볼 수 없어 명예훼손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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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0도12861 판결(공산주의자 발언 사건)
가.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피해자는 부림사건 변호인이자 A 정권 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공산주의자이다. 피해자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는 공산주의가 된다고 확신하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여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기소되었고, 원심은 위 공산주의자 발언 부분에 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다.
나. 판결요지
대법원은, 문제의 발언은 피고인의 경험을 통한 피해자의 사상 또는 이념에 대한 피고인의 의견 내지 입장표명으로 봄이 타당하고, 이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려우며,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한 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였다.
다. 해설
대상판결은 앞서 본 대법원 2016도14995 판결(세월호 7시간 사건)에서 제시한 판단 기준에 따른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대법원 2016도14995 판결과 대상판결에서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적시된 각각의 인물의 정치적 성향은 상이하지만, 두 사건의 피해자 모두 대통령 또는 대통령 후보로서 공론의 장에 나선 전면적 공적인물이라는 점에서 공통되므로, 명예훼손죄 성립과 관련하여 적용되는 법리 역시 동일하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승리하였음을 자축하는 정치적인 모임에서 야당 대통령 후보였던 피해자의 정치적 이념이나 행보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앞서 본 공산주의자 발언을 하게 되었다. 대상판결은 '서로 다른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다양한 의견은 창의성의 발현이며, 잘 차려진 풍요로운 밥상과 같다. 다양성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요체이고, 비판이나 불이익을 무릅쓰고 자기의 의견을 고집하는 것도 허용되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고 하며 정치적 이념에 관한 논쟁이나 토론에 법원이 직접 개입하여 사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시하였다.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이념은 사실문제이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 의견과 섞여 있어 논쟁과 평가 없이는 이에 대해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피고인의 공산주의자 발언으로 인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나 정치적 입지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는 있으나, 이러한 문제제기와 그에 대한 당부의 판단은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국민들이 서로 자유로운 의사교환을 통해 상호 검증과 논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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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절차 회부’ 사실 공개
회사의 공공이익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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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도6416 판결(징계절차 회부 사실 공개 사건)
가. 사건의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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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이트 기사에 ‘기레기’ 댓글
사회 상규에 위반된다고 못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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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20도14576 판결(도라이 사건)
가.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해군 교육사령부 여군 75명이 함께 사용하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피해자를 지칭하며 '도라이'라고 표현하여 공연히 상관을 모욕하였다는 사실로 기소되었고,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판결요지
대법원은, 이 사건 표현은 목욕탕 청소상태 점검방식 등과 관련된 피해자의 행동이 상식에 어긋나고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상관인 피해자를 경멸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모욕적인 언사라고 볼 수 있으나, 이 사건 단체채팅방은 피고인을 포함한 동기생들만 참여대상으로 하는 비공개채팅방으로, 교육생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한 목적으로 개설되어 교육생 신분에서 가질 수 있는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었고, 교육생 상당수가 별다른 거리낌 없이 욕설을 포함한 비속어를 사용하여 대화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이 사건 표현은 동기 교육생들끼리 고충을 토로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사이버공간에서 상관인 피해자에 대하여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에 불과하고 이로 인하여 군의 조직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가 문란하게 되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여 원심을 파기하였다.
다. 해설
대상판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비속어를 사용하여 이루어지는 표현을 모욕죄로 의율할 수 있을 것인지와 관련한 중요한 사례이다. 모욕죄는 그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종종 위헌론이 제기되는 범죄이다. 최근에도 헌법재판소는 모욕죄에 관하여 전원재판부에서 심리하여 합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20. 12. 23. 2017헌바456등 결정). 헌법재판소는 모욕죄의 기본권 제한의 비례성을 검토함에 있어 '어떠한 글이 모욕적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 또는 의견의 표현을 담고 있을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살펴보아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표현의 자유로 획득되는 이익 및 가치와 명예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이익 및 가치를 적절히 조화할 수 있다'는 점을 중요한 논거로 삼고 있는바, 모욕죄와 관련된 실무에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해당 여부는 향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쟁점이라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은 카카오톡 비공개 단체채팅방의 공간적 특성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표현의 수위, 해당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해당 표현으로 인한 보호법익의 침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앞서 본 대법원 2017도17643 판결(기레기 사건)과 함께 인터넷 등 사이버공간의 특성을 고려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일련의 판결이라고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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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동기들의 단체카톡방에서
상관을 ‘도라이’라 지칭했더라도
비공개 의사소통 공간에서 불만 토로
상관 모욕으로 볼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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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결정]
6. 헌법재판소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2020헌마406, 2018헌가16(병합) 전원재판부(공직선거법상 실명확인제 사건)
가. 사건의 개요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던 A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행정자치부장관 또는 신용정보업자가 제공하는 실명인증방법으로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서대문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A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였고, A는 이에 이의신청을 하면서 재판 계속 중 구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실명확인 조항)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제청법원은 위 제청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나. 판결요지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 '구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실명확인 조항) 등'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게시판 등 이용자의 익명표현의 자유와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 그리고 게시판 등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다. 해설
익명표현은, 본심을 표명하기 수월해지기 때문에 익명이 아니라면 위축될 수도 있는 표현이 익명성의 확보로 표현이 가능하게 된다는 점, '표현자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표현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의해서만 그 취지가 수신자에게 전달되므로 표현 주체의 고정된 이미지 등으로 인한 편견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 등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의 익명표현의 경우,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빠른 시간 안에 정보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인터넷 매체의 특징과 표현의 주체가 표현 내용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는다는 익명표현의 특성이 결합하여 허위 정보 및 정보의 왜곡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구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은 '인터넷언론사는 선거운동기간 중 당해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글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에는 행정자치부장관이 제공하는 실명인증방법으로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실명확인 조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의 게시판 등에서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경우가 많고, 부당한 선거운동이나 소수에 의한 여론 왜곡으로 선거의 평온과 공정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과 부작용을 방지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몇 차례 구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의 실명확인 조항 등에 관하여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합헌으로 판단한 선례가 있다(2010. 2. 25. 2008헌마324등 결정, 2015. 7. 30. 2012헌마734등 결정).
대상결정에는 선거의 공정성과 인터넷언론의 공적 책임이라는 가치와 익명표현의 자유 및 언론의 자유라는 가치 사이의 치열한 논쟁이 포함되어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다른 방식의 선거운동과 달리 인터넷환경의 긍정적 측면에 따라 선거운동기간과 상관없이 허용되고 있지만, 인터넷환경의 부정적인 측면 내지 현상이 선거운동기간의 상황적 특성과 결합할 경우 선거의 평온과 공정성을 훼손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부인할 수 없으므로 선거운동기간 중 일정한 범위의 익명표현은 제한될 수 있다는 반대의견의 지적도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법정의견은, 익명표현을 허용할 경우의 부작용을 고려하더라도 이를 실명확인제를 통해 사전적·포괄적으로 차단하게 될 경우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 형성이 방해될 수 있다는 점을 더 중요하게 보아 심판대상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하였다.
공직선거법상 실명확인 조항의 문제점은 익명표현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긍정적 효과까지도 사전적·포괄적으로 차단하게 된다는 데에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정치적 익명표현을 규제할 경우 일반 국민은 자기 검열 아래 비판적 표현을 자제하게 되고 인터넷에서의 다양한 의견 교환이 억제된다. 특히 선거운동기간 중에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필요가 있는데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운동기간 중에 선거와 관련한 익명의 의사표현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 나아가 현재 기술 수준에서 인터넷 프로토콜(IP) 통신에 필요한 고유한 주소를 추적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후적으로 게시물 표현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실명확인이라는 사전적·예방적 규제를 통하여 모든 익명표현을 사전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수사편의 및 선거관리의 효율성이라는 기술적 편리성에만 치우친 측면이 있다. 대상결정은 실명확인 조항을 통해 선거운동 기간 중 익명표현의 자유를 사전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중요한 결정이다.
김기수 부장판사(대법원 재판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