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하늘길이 다시 열리고 있다. 안전하게 해외여행을 다시 할 수 있게 된 건 반갑지만, 나는 안타깝게도 와인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해외여행 기분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바쁜 와중에도 와인의 맛을 통해 그 나라의 기후와 토양을 느낄 수 있으니, 그걸 여행 대신으로 생각하는 거다. (와인으로) 프랑스와 이태리는 자주 가는 편이고, 간혹 미국과 스페인도 가는데 최근에는 포르투갈을 다녀왔다. 실제로 가본 적이 없는 포르투갈에 대해 아는 것은 해양무역이 발달할 시절부터 장기보존용 와인으로 주정강화와인인 포트와인과 마데이라가 유명하다는 것과 축구를 잘한다(호날두) 정도였다.
그러다 최근에 포르투갈 그린와인(vinho verde, 비뉴 베르드)을 마셔봤다. 포르투갈은 디저트와인만 잘한다는 편견을 깨는 맛이었다. 이름과 달리 초록색이 아니고, 생산지가 포르투갈 북부의 Minho(미뉴)주의 비뉴베르드여서 그린와인이다. 그곳에서 생산되면 레드, 화이트, 로제 상관없이 그렇게 불린다. 비뉴베르드 지역은 지중해성 기후인 포르투갈에서 비교적 북쪽 끝에 있어서 다른 곳보다는 서늘하고, 해안에도 접해 있기 때문에 포도가 토양에 축적된 조개껍질 등을 통한 미네랄감과 바닷바람의 짭짤함이 있다.
내가 마신 그린와인은 발라도스 드 멜가쏘 (Valados de Melgaco) 리제르바 2018이고, 알바리뇨(Alvarinho) 품종으로 만들어진 화이트 와인이다. 2018년도는 포르투갈이 유독 더워 포도가 빨리 익어서 생산자가 좀 더 빨리 병입했다고 한다.
스페인도 토착품종으로 알바리뇨(Albarino)가 있지만, 포르투갈도 스페인 접경지역에서 주로 재배하며 자신들의 토착품종이라고 하고 있어서, 이베리아 반도쪽에서 주로 생산되는 화이트 품종이라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소비뇽 블랑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포르투갈 알바리뇨 그린 와인의 청량하고 바삭한 느낌을 좋아할 것 같다. 산미가 있어 해산물 위주의 포르투갈 음식과도 어울리겠다. 언제쯤 와인 생산국에 직접 가서 마실 날이 올까?
신선경 변호사 (법무법인 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