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상원)에서 모욕죄 법정형을 상향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통과해 이번 달 7일 시행에 들어갔다. 인터넷 상 ‘악플’ 피해가 심각해지자 모욕죄에 징역형 선고를 내릴 수 있도록 처벌 수위를 강화했다. 한국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스마트폰 메신저 등으로 특정인을 공격하는 사이버불링이 확산되면서 사이버 모욕이나 명예훼손을 근절할 본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참의원은 지난달 13일 본회의를 열고 모욕죄의 법정형을 7월 7일부터 기존 30일 미만의 구류 또는 1만엔 미만의 과료에서 1년 이하의 징역·금고형, 또는 30만엔 이하 벌금 처벌로 상향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공소시효도 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났다.
이번 개정은 2020년 일본 후지TV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테라스하우스’에 출연한 여성 프로레슬러 기무라 하나가 온라인 악플에 시달리다 자살한 사건이 영향을 줬다. 기무라 하나에 “언제 죽을 거냐”, “살아있을 가치가 있나” 등의 비방 글을 쓴 남성 2명은 과료 9천엔(약 9만5000원)에 약식 기소되는 데 그치면서 반발이 일었다.
30일 미만 구류 또는
1만엔 미만 과료에서
1년 이하 징역 또는
30만엔 이하 벌금으로
참의원 개정안 통과
공소시효는 3년으로
일변연
“민사적 피해구제도 두텁게 하라”
한국에서도 2019년 가수 설리(본명 최진리)와 구하라가 지속적인 악플로 괴로움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면서 악플 근절에 대한 요구가 커졌고 포털 사이트의 연예 기사 댓글 제도가 폐지됐다. 당시 설리법으로 불리는 악플방지법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프로배구선수 김인혁 씨가 외모 관련 악플로 고통을 호소하다 숨진 사건도 있었다.
사이버불링이 일어나는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떼카’(단체 채팅방에 피해 대상을 초대해 단체로 욕설을 퍼붓는 행위), ‘방폭’(단체방에 피해 대상을 초대한 후 혼자만 남겨두는 행위) 등 다양한 수법으로 사이버불링이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모욕행위는 한국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실제 처벌 수준은 미미한 편이다. 형량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일본의 개정 법정형과 비슷한 수준이다. 징역형 선고도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소유예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경우가 많고, 사이버 특성상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사건 처리가 오래 걸리거나 불송치되는 일도 잦다.
신은규 (37·사법연수원 44기) 법무법인 와이케이 변호사는 “모욕죄는 공연성과 특정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수사기관에서 불특정 다수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누가 악플을 달았는지 찾을 수 없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법정형 상향만으로는 온라인 모욕 행위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변호사연합회(일변연)는 지난 3월 “이번 개정안은 인터넷 상 비방에 대한 적확한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일변연은 “모욕행위로 인한 권리침해에 대한 대책으로 발신자 정보공개의 요건을 완화하고 손해배상액을 적정화 하는 등 민사적 피해구제 수단을 한층 두텁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보완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인터넷 이용자의 아이디와 인터넷 프로토콜 주소를 함께 표시하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를 위반할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