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이전에 합의를 통해 당사자 선에서 사건을 종결하는 '고소 전 합의'가 최근 가해자 입건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일부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범죄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합의를 통해 피해를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친고죄가 아닌 범죄에 대해서까지 정상적인 국가 형사사법시스템의 작동을 막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입건회피 수단으로 활용
일부 경찰 고소장 들어와도 ‘미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사건 종결처리
2013년 6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형법이 개정되면서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이 모두 삭제됨에 따라 입건되면 수사와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그런데 고소 전 합의는 고소 자체를 막아 입건조차 되지 않게 한다. 결국 '암수범죄(공식 통계상에 잡히지 않는 숨겨진 범죄)'가 되는 것이다. 더욱이 일부 경찰은 고소장이 들어와도 입건하지 않고 있다가 고소 전 합의가 이뤄지면 고소장을 반려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종결해 고소 전 합의 관행을 묵인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합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고소 전에 고소권을 포기할 수는 없으므로(대법원 93도1620), 합의가 어떤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어서 합의 후에도 고소는 가능하다. 하지만 경미한 범죄가 아닌 강력범죄에 있어서 이처럼 수사기관의 인지 여부에 사실상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관행과 당사자 의사를 이유로 쉽게 용인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후퇴라는 비판이 있다. 이에 제도 정비를 통해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