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별 사건처리 현황을 법원 게시판에 공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장기미제사건 증가 등 날로 악화되고 있는 법원의 사건 처리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전주혜(56·사법연수원 21기·사진)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법원의 사건 처리 현황 공개를 골자로 한다. 각급 법원이 분기별로 각 재판부별 사건 접수·처리·미제 건수·미제분포지수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법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건 처리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해 재판을 받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법원의 신속한 재판을 독려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실질적 감시가 가능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전 의원은 "재판 지연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사법부의 신속한 재판 진행을 독려하는 '일하는 법원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이 지난 7월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민사사건의 경우 소장 제출 후 첫 재판 기일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7년 117일로 잠시 줄어든 것을 제외하고 2016년 120일에서 2021년 150일로 30일 길어졌다.
최근 5년간 장기미제 사건도 3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법원의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민사소송법은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5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민사합의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13개월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사소송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 지연도 심각하다. 지난 5년간 전국 법원에서 2년 이내에 1심 판결이 선고되지 않은 장기 미제 형사소송 사건은 약 2배 증가했다.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은 경우 청구할 수 있는 형사보상금 결정도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6개월 이내에 결정해야 하지만 법원이 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최정규(45· 32기)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이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다"며 "법원은 거의 모든 형태의 재판에서 선고 기간에 대한 훈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좀 더 실효적인 제재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법관 등) 인력 부족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면 법원은 좀 더 적극적으로 인력 충원을 위해 정부 부처와 협의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