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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업체 소속 공기업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공기업이 설립한 자회사에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됐다면 이후 공기업에 직고용을 요구할 수 없다는 1심 첫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서울고법 민사38-1부(정경근, 이호재, 민지현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전FMS 직원 A 씨 등 5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고용의사표시 등 소송
(2021나2025265)에서 1심과 같이 "한전은 자회사 정규직 전환 방식으로 고용 의무를 이행했다"고 판결했다.
A 씨 등은 한전과 용역계약을 맺은 외주업체 소속 근로자였는데,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한전이 설립한 자회사인 한전FMS에 정규직 근로자로 고용돼 한전 사옥에서 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이들은 외주업체가 변경돼도 새롭게 근로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이전과 동일하게 한전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다 A 씨 등은 "각 용역계약의 실질은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데, 우리 업무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1항 등에서 정하는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 외주업체는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아 한전은 파견근로 개시일부터 우리에 대한 고용의사표시 의무가 있다"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한전은 자회사인 한전FMS를 설립한 뒤 2019년 6월 각 외주업체와의 용역계약을 종료하고 이들 업체가 수행하던 시설관리업무를 한전FMS에 이관했다"며 "A 씨 등은 한전이 안내한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에 동의해 한전FMS에 전환채용을 신청했고 현재까지 정규직 근로자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고용 방식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공론화된 상태에서 오랜 협의를 거쳐 이뤄진 결과"라며 "사용사업주 주도로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용역업체들 사이의 고용 이전·승계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전은 근로자 대표단을 포함한 노사합의 기구를 구성하고 노사협의 결과에 따라 한전FMS를 설립해 한전의 파견·용역 근로자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했다"며 "A 씨 등도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자신의 선택에 따라 파견법상 고용 의무 이행에 갈음해 시행된 정규직 전환 절차로 한전FMS에 채용됐기 때문에 한전은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의 고용 의무를 이행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다만 "A 씨 등이 외주업체에 소속돼 한전에서 업무를 담당한 기간에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었다"며 "당시 외주업체가 근로자파견 사업에 대한 허가를 받지 않은 사실 등이 인정된다. 한전은 A 씨 등이 한전의 자회사인 한전FMS에 입사하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한 한전 정규직의 임금에서 외주업체에서 받은 임금 등을 공제한 차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도 지난해 6월 A씨 등이 한전의 자회사에 들어간 이상 한전이 직접 고용 의무는 이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A 씨 등이 외주업체에 소속됐던 기간에는 한전과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었다며 한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