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천교수기념사업출판재단(이사장 최종고)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강동범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에게 제9회 유기천법률문화상을 시상했다. 강 교수에게는 상패와 상금이 수여됐다.
강 교수는 "지도교수가 진행하던 유기천 교수 '형법학 각론강의' 개정작업을 도우면서 형사법을 전공하게 됐다"며 "30여년간 강의와 연구를 하면서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면 1세대 학자인 그분의 형법학을 꺼내 읽으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했다. 고전의 가치를 가진 유 교수님 책에 대한 해석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로스쿨 도입 이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법학과 형법학의 부활을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강 교수는 사이버범죄와 경제형법 분야를 오래 연구한 형사법학자다. 현재까지 50여편의 논문을 등재학술지·등재후보학술지 등에 발표했다. 한국형사정책학회 회장, 한국비교형사법학회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형사판례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역대 수상자는 제1회 임웅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 제2회 이영란 숙명여대 법학과 명예교수, 제3회 장영민 이화여대 로스쿨 명예교수, 제4회 허일태 동아대 로스쿨 교수, 제5회 이용식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 제6회 전지연 연세대 로스쿨 교수, 제7회 김태훈 변호사, 제8회 오영근 한양대 로스쿨 교수 등이다.
한편 강 교수는 이날 수상소감을 통해 무너지고 있는 형사사법시스템과 법학교육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극단적 진영논리에 휩싸인 우리 사회에서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편가르기가 심화되는 상황을 보면서 형법과 법학의 사명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교육할 법학교육 시스템이 붕괴됐다. 학문으로서 법학은 궤멸상태"라고 우려했다. 이어 "로스쿨 설립 대학에서 법학사 과정을 폐지해 법학사 취득자 수가 급감하고, 로스쿨 법학교육이 변호사시험 준비에 집중되면서 법적쟁점에 대한 이해와 비판적 시각을 기르는 교육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학의 대중화와 전문화 모두 실패한, 법학 빈사 상황을 극복해야한다"며 구체적 방안으로 △로스쿨 운영 대학 학사과정에 법학과를 다시 설치해 법학 학습 기회를 제공할 것 △로스쿨의 법학 이론 교육을 강화할 것 △변호사시험의 형식·범위·내용을 획기적으로 개혁할 것 등을 제안했다.
강 교수는 "구속영장재판과 본안재판의 결과에 따라 담당 법관에게 비합리적이고 도를 넘는 비난이 가해지고 있는데, 감정적 비난 대열에 법조인과 사회지도층 인사들까지 가세함으로써 사법권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다툼을 법원의 판단에 맡기려는 과잉사법과 결합해, 사법에 대한 불신을 넘어 사법이 조롱 받고 있다. 법원의 분쟁 조정 및 해결 기능을 무력하게 함으로써 결국 힘이 지배하는 사회를 초래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현 사법부에 대해서는 "내용적 공정성 못지않게 국민에게 보이는 과정에서도 공정성이 느껴져야 한다"며 "법원 판단의 공정성을 터무니없이 트집 잡는 정치인이나 언론에 대해 대법원장이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다"고 비판했다. 검수완박을 포함한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형사사법시스템이 대폭 바뀌는 과정에서 학계와 실무계의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아 법률전문가조차 이해하기 어렵게 수사절차가 복잡해졌다"며 "형사사법시스템을 국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