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대 재산 분할을 둘러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법원은 가사노동에 의한 간접적 기여만을 이유로 기업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회사의 운영이 부부의 이혼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못하게 되는 위험을 야기할 수 있고 다른 이해관계인에게까지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재판장 김현정 부장판사)는 6일 노 관장이 최 회장을 상대로 낸 이혼, 위자료, 주식분할 청구 소송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이혼한다.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1억 원을, 재산분할로 665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다만 최 회장이 노 관장을 상대로 본소로 제기한 이혼 소송은 기각했다.
◇ 법원 판단 어떻게 = 재판부는 SK㈜ 주식은 최태원 회장의 특유재산으로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최대 쟁점은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이 상속 재산, 즉 특유 재산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최 회장 측은 최 회장 명의의 주식은 부친인 고 최종현 전 회장에게 물려받은 상속재산이므로 특유재산이 맞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 주장을 받아들였다. 최 회장이 고 최종현 전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약 3억 원의 자금으로 유공으로부터 대한텔레콤 주식을 인수했고 그것이 현재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됐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노 관장이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과거 대한텔레콤 주식에서 현재 주식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노 관장 기여도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SK그룹 경영 상황에 대해서도 노 관장이 직접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어 최 회장이 보유한 일부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예금 등과 노 관장의 재산만을 분할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재판부는 노 관장은 가정주부였고 아트센터 나비의 관장으로 역할을 하면서 SK㈜ 주식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역할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가사와 양육을 전담했던 노 관장이 주식의 가치 상승이나 관리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결국 가사노동에 대한 기여는 다른 재산 분할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 법원 안팎 반응은 = 법원 안팎에서도 이번 사건에 주목하고 있다. 한 가사 전문 변호사는 "노 관장 측에게 안 좋은 결과로 볼 수 있다"며 "특유재산으로 판단된 부분 중 예외적으로라도 인정되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주장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혼인 기간이 길다면 상속 받은 부분도 일정 정도 유지에 기여했다고 인정되기도 하는데, 이번 사건은 엄격하게 판단한 것 같다"며 "이러한 판단이 기존에 없었다는 점에서 선례가 될 수는 있지만 항소심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형로펌의 또다른 변호사는 "재산 분할이 (노 관장 측에) 일괄 현금으로 지급돼 SK그룹의 지배구조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용경·홍윤지·한수현·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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