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유통·투약 사범을 끈질기게 추적한 검찰 수사로 일부 유력층 자녀들의 대마 네트워크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재벌가·연예인 뿐만 아니라 장관급 전관의 자녀까지 얽힌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가 23일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입건한 사람은 기소된 인원을 포함해 13명이다. 혐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형태는 대마 알선·매수매도·소지·흡연 등으로, 직업은 사업가·연예인·회사원·무직 등으로 각각 다양하다.
검찰은 해외유학을 다녀온 유력가 자제들과 재미교포들 간에 폐쇄적이고 조직적인 대마 유통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거래를 따라 상선을 추적하는 마약범죄수사 특성상 앞으로 확인되는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통방식이 친분을 활용한 인적 네트워크 형태인데, 일부 범재벌가 자제들과 연예인들이 대거 연루된 만큼 정재계와 연예계에서 추가로 투약·유포자가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경찰 송치 사건을 검토하던 중 단서를 포착하고 보완수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이 피의자의 집에서 대마 재배장비를 발견하고도 압수하거나 마약류 감정을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9월말 직접수사로 전환했다. 주거지 등에서 압수한 국제우편물을 추적해 매도·매수자를 확인했고, 액상대마 카트리지가 제조·유통되는 사실도 새로 확인했다. 9월 10일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검찰은 마약유통 범죄를 직접수사 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남양유업 창업주 고 홍두영 회장의 손자 A 씨, 효성그룹 창업주 고 조홍제 회장의 손자 B 씨, JB금융그룹 김환 회장의 사위 C 씨, 가수 D 씨, 유명 연예인과 피트니스센터를 운영 중인 재미교포 E 씨 등 9명을 10월 초부터 이달 2일에 걸쳐 기소했다. 고려제강그룹 고 홍종열 회장의 손자이자 투자금융 주요 주주인 F 씨는 추가수사를 거쳐 17일 체포했다. F 씨는 사흘 뒤인 20일 구속됐다.
검찰이 부유층 마약 거래 네트워크를 추적하자 선처해달라며 먼저 연락해오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자수한 3명 가운데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경호실장(장관급)을 역임한 G 씨의 아들이 포함됐다. G 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 경찰청장이었다. 검찰은 추가 자수자가 나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재벌가 3세, 사업가, 유학생, 연예계 종사자 등이 자신들만의 공급선을 두고 은밀히 대마를 유통·흡연했다"며 "검찰의 마약 직접수사가 존재해야 충실하고 빈틈없는 수사가 이루어질수 있음을 실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 유학 중 대마를 접하고 귀국 후에도 수년간 흡연했다. 대마는 필로폰 등 중독성이 더 강한 다른 마약류 범죄로 진행되는 '관문'"이라며 "형제가 직업적으로 대마를 판매한 사례, 미성년 자녀와 함께 사는 집 안에서 대마를 재배한 사례 등 마약유통을 돈벌이로 삼는 경우도 확인됐다"고 했다.
한편 법무부와 대검은 서울중앙·인천·부산·광주지검 4곳에 11월말까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수사팀별 마약전담 검사와 마약전담 수사관을 배치하고, 관세청·국가정보원·식약처 등 유관기관들과 협력하는 형태다. 하지만 11월 중순 연기된 이후 무기한 보류 중이다. 한 검사는 "수사권 조정 전후 경찰과의 보고나 협력이 많이 단절됐다"며 "최근에는 이태원 참사 이후 유관기관도 마약 단속에 조심스러운 분위기여서 적발 및 엄벌에 실무상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