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고 함)은 지적재산권 관련 법률 중에서 다소 특이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저작권법, 상표권 등의 지적재산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개인의 재산권을 보호하려는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공정한 경쟁질서 유지와 수요자 보호라는 경쟁법적인 목적도 추구하고 있다. 그중 영업비밀보호 관련 내용은 비공개로 관리되는 일정 유형의 재산적 가치있는 정보를 보호하고 있는데, 이러한 태도는 지적인 창작물의 사회적 공개를 전제로 하는 특허권 제도와 사뭇 다른 관점이다. 이와 같이 부정경쟁방지법은 어느 하나의 관점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 부정경쟁행위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다루고 있으므로, 이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실제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5판은 오랫동안 실무계와 학계에서 이러한 부정경쟁방지법을 연구해 온 두 공저자의 값진 결실이다. 공저자인 최정열 변호사는 일찍부터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활동한 저명한 실무가로서 사법연수원 교수(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 특허법원 판사, 한국지적재산권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고 법무법인 율촌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면서 지재권 관련 연구와 변호사연수에서 실무강의를 하고 있다. 공저자인 이규호 교수는 중앙대학교 로스쿨에서 지적재산권법 분야를 연구·강의하고 있으며 특허청 부정경쟁방지법 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한국정보법학회 회장(공동)을 역임하는 등 학술활동과 정부자문에서 탁월한 성취를 보여 주고 있다. 두 공저자가 합심하여 만든 이 책은 실무가와 학자의 장점이 잘 녹아든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2015년 초판이 출간된 이래 부정경쟁방지법 개정 내용 및 관련 판례들을 충실히 업데이트하여 왔다. 이번 제5판에서도 2021. 12.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 추가된 데이터 부정 사용, 유명인의 인적 식별표지 부정 사용 규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추가되었다. 이러한 충실한 업데이트는 이 책의 주요한 미덕이라고 하겠다. 또한 이 책은 상품주체 혼동행위, 원산지 허위표시, 형태모방, 데이터 부정사용 등 한국 학계의 논의만으로는 부족한 영역에 대해서 일본, 미국 등 외국의 논의를 비교법적 관점에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최근의 부정경쟁행위, 영업비밀침해행위는 국경을 초월하여 전개되고 있는데, 이러한 주요국의 논의는 한국의 실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책에서 기술한 영업비밀계약실무, 비밀유지명령 등 소송절차상 특칙, 국제소송적 쟁점, 상생협력법 등 유관 법률에 대한 내용은 다른 책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와 같은 특징은 독자에게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한 거시적인 안목을 제공함과 더불어 디테일한 사항에 대해서도 참고할 만한 시사를 줄 것으로 생각된다.

그간 부정경쟁방지법 관련 특정 주제에 대한 논문들은 많이 존재하였으나 현재까지도 부정경쟁방지법 전반에 관한 기본서 내지 실무서는 많다고 할 수 없다. 두 공저자의 이 책은 부정경쟁방지법을 전체적으로,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도 두 공저자가 이 책을 계속 발전시키기를 바라면서, 부정경쟁방지법을 공부하고자 하는 실무가, 학자, 학생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전응준 변호사 (법무법인 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