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2021년 9월 14일의 법률 제18451호로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고 그 개정 법률은 같은 날 시행되었다. 이로써 '앱 마켓 사업자'가 하여서는 아니 되는 세 개의 행위를 새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그 중 하나가 "앱 마켓 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의 거래를 중개할 때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이다(동법 제50조 제1항 제9호. 이하에서는 이 법규정을 '인앱결제 강제 방지 규정'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행위를 범하는 경우에는 3억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벌이 가하여진다(동법 제99조).
위와 같은 규정의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애초에 2020년 7월 구글이 온라인게임 이외의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서도 구글의 결제시스템을 사용하도록 강제할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기사를 계기로 해서 일어났다. 해당 기사의 사실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해외의 앱 마켓 사업자들이 횡포를 부리는 것이라는 비난이 일부 언론에서 쏟아졌다. 그리고 국회의원들로부터 앱 마켓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공중(公衆)의 분노’ 또는 ‘공공연한 사회적 압박’의 역학 아래 서둘러 행하여진 법률 개정에서 적지 않은 경우에 그러한 대로, 과연 그 규정이 그 후 달라진 관련 환경 아래서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반드시 명확하게 답하여질 수 없고 신중한 고려를 요구한다. 법규정을 실제의 사안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직무로 삼는 법률가로서는 숙고하여 보아야 할 점이라고 하겠다.
아래에서는 이 점을 위 법규정 중 ‘특정한 결제방식’ 그리고 ‘강제’라는 법정(法定)의 요건을 중심으로 논하고자 한다. 그에 있어서는 역시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법 문언을 객관적으로 충실하게 들여다보는 것을 앞세워야 할 것이다.
'특정한 결제방식'의 의미인앱결제 강제 방지 규정을 포함하여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특정한 결제방식’이 무엇을 말하는지 보다 세밀하게 의미를 밝히고 있지 않다. 그리하여 그 법규정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의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역시 문언의 기초적이고 일반적인 의미에서부터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입수되는 우리말사전에 의하면, 우선 ‘특정(特定)하다’라고 하면 “특별히 정하여져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결제(決濟)’는 금전이나 증권 등을 상대방에게 주어서 거래를 매듭짓는 것을 가리키므로 ‘결제방식’이란 그렇게 하는 방법이나 형식을 말한다. 결제방식의 의미는, 물론 세부적으로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없지는 않겠으나, 통상적으로 보면 현금 지급, 계좌 이체, 신용카드 결제 또는 휴대폰 결제 등과 같이 금전을 상대방에게 이전(즉 지급)하는 방법이나 수단을 가리킨다고 하겠다(물론 여기서 일시 지급인가 또는 분할 지급인가, 나아가 후자인 경우라면 분할에 따른 이자 등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와 같은 금전 등의 지급 조건도 여기에 포함시킬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인앱결제 강제 방지 규정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앱 마켓 사업자와 ‘모바일콘텐츠 등을 제공하는 사업자’와의 거래에서의 양상이라고 한다면, 이는 인터넷에서 앞서 본 신용카드 결제, 계좌 이체, 휴대폰 결제와 같은 일정한 결제 방법(그리고 혹시는 일시 지급, 할부 지급과 같은 결제 조건도 포함된다면 이들도)을 선택하여 그 제공의 객체인 모바일콘텐츠 등의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마련된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가리킨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인앱결제 강제 방지 규정에서 규정한 ‘특정한 결제방식’이란 결국 앱 마켓 사업자가 구체적으로 지정하여 상대방에게 제시하고 이를 이용하도록 한 모바일 결제시스템이라고 정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모바일 결제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수 있다. 특히 현저한 속도로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고 변화하여 가는 인터넷 환경에서는 매우 다양한 결제시스템을 상정할 수 있는 것이다.
앱 마켓 사업자의 사실상 ‘강제’ 행위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앱 마켓 사업자가 개발자 결제시스템에 부과한 수수료, 데이터 처리 등에 관한 조건 등으로 말미암아 개발자가 다른 결제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정도인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강제'의 의미‘강제’는 별도의 정의 규정 없이도 흔히 사용되는 법률용어이다. ‘강제'란 상대방의 자유의사에 반하여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일을 ‘그의 자유로운 의사를 억눌러’ 억지로 시키는 것이 그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러한 ‘강제’는 온라인 결제방식과 관련하여 말하자면, 특정한 결제방식 이외의 다른 결제방식의 사용 자체를 정책적 또는 기술적으로 아예 금지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다른 결제방식의 사용 그 자체를 아예 막지는 않더라도 그 사용을 상당한 정도 이상으로 어렵게 함으로써 사실상 특정 결제방식의 사용을 ‘불가피’하게 하는 방식으로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0두9359 판결(판례공보 2002년, 593면)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관련 조항에서 규율되는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행위’에 대하여 설시하는 대로, 상대방이 구입하지 않을 수 없는 객관적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도 포함한다고 보아야 한다. 위와 같은 판시는 비교적 근자의 대법원 2018. 11. 9. 선고 2015두59686 판결(판례공보 2019년 상권, 34면)에서도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특정한 거래상대방과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행위’에 관하여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다른 결제방식의 사용 자체를 정책적 또는 기술적으로 금지하였는지 여부는 비교적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나중에 본 형태의 ‘강제’(이하 ‘사실상 강제’라고 부르기로 한다)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다른 결제시스템을 선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차등적인 조건을 부과하는 등 개발자들이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앱 마켓 사업자의 결제시스템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정도이어야 할 것이다. 특히 위에서 본 대로 그 위반이 형사처벌을 예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리라.
인앱결제 강제 방지 규정의 구체적 적용결국 앱 마켓 사업자의 사실상 ‘강제’ 행위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앱 마켓 사업자가 개발자 결제시스템에 부과한 수수료, 데이터 처리 등에 관한 조건 등으로 말미암아 개발자가 다른 결제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정도인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수수료율은 앱 마켓 사업자와 개발자 간의 계약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서,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그에 개입하는 것은 민사법상의 대원칙인 사적 자치의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없지 않다. 전기통신사업법이 수수료를 직접적인 규율 대상으로 삼지 않고 이용자 또는 개발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결제방식 강제행위만을 규율하고 있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을 충분히 고려한 결과로 이해된다. 그렇게 보면, 특정 결제방식 이외의 결제방식에 대하여 더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다른 결제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명백하게 불가능한 정도에 이르지 않는 이상, 단기적으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결제방식의 ‘강제’ 행위가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인앱결제 강제 방지 규정은 앱 마켓 사업자들이 개발자들의 자유의사에 반하여 특정한 결제방식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지, 앱 마켓 사업자들에 대하여 개발자들이 다른 결제방식을 사용할 유인책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것까지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위와 같은 법률의 개정에 따라 앱 마켓 사업자들이 자사(自社)의 결제시스템 외에 앱 개발자들이 구축한 결제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하였고, 이에 따라 현재 앱 개발자들은 앱 마켓 이용자가 어떠한 결제의 방법·수단 또는 조건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할 것인지, 어떠한 결제대행사와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등을 직접 결정하여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정이라면 앱 마켓 사업자들이 인앱결제 강제 방지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개발자들이 직접 결제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할 경제적 유인이 크지 않거나 거의 없다는 사정만으로 쉽사리 ‘강제’ 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사뭇 당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아웃링크’ 형태의 결제시스템 사용이 금지된다는 이유로 앱 마켓 사업자들이 인앱결제 강제 방지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웃링크’는 모바일 결제시스템이 화면에 표시되는 방식에 관한 문제일 뿐이고, 대금 지급의 방법·수단 또는 조건과 같은 결제방식의 본질과는 무관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앞서와 같은 앱 마켓 사업자들의 거래내용 변경에도 불구하고, ‘아웃링크’라는 새로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이면에는 앱 마켓 사업자와 개발자 간의 경제적 이해상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사업자 간 계약의 문제일 뿐이고, 인앱결제 강제 방지 규정의 해석과는 구분하여 생각하여야 할 문제이다.
마치면서법규정의 해석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하여서는 일차적으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여야 한다. 인앱결제 강제 방지 규정을 둘러싼 갑론을박 속에서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법 해석의 기본 원칙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양창수 석좌교수(한양대 로스쿨·전 대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