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형사법 제도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배심원 제도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08년부터 국민참여재판으로 불리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미국의 배심원제도와 유사한 절차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군사법원에는 국민참여재판, 또는 “장병참여재판”이라 불릴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반면 미국은 군사법원에서도 배심원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미 군사법원의 배심원 제도는 군 형사사건이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일반 형사재판의 배심원 제도와는 다른 독특한 내용을 가지고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법원의 종류에 따라 필요한 배심원의 최소 인원이 다르다.미군사법원은 지휘관의 계급 및 죄의 경중에 따라 1심에 해당하는 법원이 보통법원(General Court Martial), 특별법원(Special Court Martial), 약식법원(Summary Court Martial)으로 나뉘는데, 약식법원의 경우에는 약식절차라는 특성상 배심원 제도가 없고, 보통법원은 최소 6명 이상, 특별법원은 최소 4명 이상의 배심원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배심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배심원 검증 또는 기피 절차를 거치는 경우 최소 인원 이하의 배심원이 지정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경우는 재판을 진행할 수 없고, 배심원을 추가로 선정해야 한다.
두 번째로 특이한 점은 군의 계급에 따라 배심원 구성이 변경된다는 점이다. 미군의 계급은 크게 한국의 장교에 해당하는 “Military Officer”, 부사관과 병사를 포괄하는 “Enlisted”로 나뉜다. 원칙적으로 배심원의 구성은 “Military Officer”과 “Enlisted”를 구별하지 않고, 배심원으로 선정되기 충분한 지식과 식견을 갖추면 되지만, 피고인이 “Enlisted”인 경우는 반드시 전체 배심원 인원의 3분의 1 이상이 “Enlisted”로 구성되어야 한다. 만약 배심원의 비율이 잘못되었다면 배심원 선정 절차를 다시 진행하여야 비로소 재판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이렇듯 미군사법원이 배심원의 구성을 신경 쓰는 것은 재판 과정에서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대체로 경범죄를 다루는 특별법원에 비해 중범죄를 주로 다루는 보통법원의 경우 공정성을 보다 담보하기 위해 더 많은 배심원을 필요로 하고, 계급의 차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견해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일정 수 이상의 “Enlisted”를 보장하는 것이다. 만약 한국의 군사법원에 “장병참여재판”을 도입하게 된다면 다양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미군사법원 제도의 수정,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다현 소령(미법무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