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총평*
금년 행정법 사례형·기록형 시험의 경우 예년에 비하여 난이도가 높아진 것으로 생각된다.
사례형의 경우 예년에 비해 문제의 양이 많았고, 필요적 행정심판전치주의의 예외와 관련하여 행정소송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동종사건’의 의미를 묻는 <제1문>의 5번 문항,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인용판결이 먼저 나왔을 경우 취소소송의 수소법원이 처분의 위법성을 달리 판단할 수 있는지를 묻는 <제2문>의 3번 문항과 같이 다소 낯선 내용이 있어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이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낯선 내용이 출제되었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문제와 조문을 잘 살피어 필요한 논리적 서술을 전개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기록형의 경우 각론의 공무원법, 특히 직위해제처분과 징계처분에 대한 문제가 출제되어 생소하다고 느낀 학생들이 많았을 것이고, 처분의 위법성과 관련하여 쟁점을 파악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부회의록에서 언급하는 힌트를 꼼꼼히 살펴보고, 참조 조문을 활용하여 쟁점을 파악하여야 할 것이다.
* 이보형 변호사[법무법인(유) 세종,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 박유준 법무관(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의 도움을 받았음.
2. 사례형 문제분석 및 해설
<제1문>의 5번 문항은 행정소송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행정심판의 제기 없이도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는 ‘동종사건에 관하여 이미 행정심판의 기각재결이 있은 때’에서의 ‘동종사건’의 의미를 묻는 문제이다. 판례는 ‘동종사건’을 당해 사건은 물론, 당해 사건과 기본적인 점에서 동질성이 인정되는 사건도 포함된다고 보고 있으나, 동종사건으로 인정된 판례는 동일한 행정처분에 의하여 여러 사람이 동일한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그중 한 사람이 적법한 행정심판을 제기하였을 때 다른 상대방이 행정심판 없이 소 제기한 사례 이외에는 예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하여는 처분청, 재결청, 제소권자 모두에게 불필요한 시간, 자원 낭비를 막도록 ‘동종사건’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학설도 있다는 점도 언급한 뒤 사안을 포섭하면 되겠다.
<제1문>의 6번 문항은 항고소송 계속 중 처분사유 추가 허용 여부에 관한 문제였다. 소송경제와 권리보호를 위하여 처분사유의 추가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학설, 원고의 방어권을 침해하므로 이를 부정하는 학설을 서술하고, 당초 처분의 기본적 사실관계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 다른 사유의 추가가 허용된다는 판례의 기조를 기재한 후 사실관계를 포섭하면 되겠다.
<제2문>의 1번 문항은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 판결의 효력으로서 기속력과 처분의 효력으로서 불가변력을 묻는 문제이다. 1-(1)번 문항은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제19조 [별표 7]에서 임의적 감경사유가 무엇인지 서술하고, 임의적 감경사유가 있음에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경우 재량권을 일탈·남용하는 것이라는 판례를 토대로 사안을 포섭하면 되겠다. 한편, 1-(2)번 문항은 행정소송에서 판결의 효력으로서의 기속력은 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에 따라 인용판결에만 인정되는 것으로서 기각판결에는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처분청은 불가변력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직권취소를 할 수 있다고 서술하면 되겠다. 이때 불가변력은 행정심판의 재결 등과 같이 일정한 쟁송절차를 거쳐 행해지는 ① 확인판단적·준사법적 행정행위에 대하여 발생한다고 보는 협의설, ② 더 나아가 취소에 의해 상대방의 권리·이익이나 공공복리가 침해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광의설을 서술하고, 행정청이 일단 행정처분을 한 경우에는 법령에 규정이 있는 때, 행정처분에 하자가 있는 때, 행정처분의 존속이 공익에 위반되는 때 또는 상대방의 동의가 있는 때 등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처분을 자의로 취소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례를 기재한 뒤, 사안을 포섭하면 되겠다.
<제2문> 2번 문항은 집행정지결정 효력의 존속시기 및 제재적 행정처분이 그 처분에서 정한 제재기간의 경과로 그 효과가 소멸된 경우 소의 이익의 인정여부를 묻는 문제이다. 집행정지결정 효력은 결정 주문에서 정한 시기까지 존속하고 그 시기의 도래와 동시에 당연히 효력이 소멸하므로, 결정 주문에 기재된 바에 따라 제1심 본안판결 선고시인 2022. 1. 18. 집행정지결정 효력이 소멸하고 당초처분의 효력이 부활하게 된다. 따라서 2022. 2. 24. 기준 1개월의 영업정지 기간은 이미 경과하므로 제재적 행정처분의 효과는 소멸한다. 다만, 판례에 따르면 부령인 시행규칙에서 제재적 행정처분을 받은 것을 가중사유로 삼아 장래 제재적 행정처분을 하도록 정한 경우, 선행처분인 제재적 행정처분을 받은 상대방은 그 처분에서 정한 제재기간이 경과하였다 하더라도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으므로,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제19조 [별표 7]에 따라 제재적 행정처분을 받은 것을 가중사유로 하여 장래의 제재적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甲은 취소소송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제2문>의 3번 문항은 취소소송과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의 위법성 개념의 동일 여부, 취소소송의 기판력이 선결관계로서 국가배상청구소송에 미치는지 여부를 묻는 문제이다. 과거 제4회와 제7회 변호사시험에서도 출제된 쟁점에 기반하여 출제되었으나 그에 추가된 어려운 법률적 쟁점을 담고 있는 문제여서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1) 양 소송의 위법성 개념의 동일 여부와 관련하여 ① 동일하다고 보는 일원설, ②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의 위법 개념은 취소소송의 위법 개념보다 넓게 보는 이원설(광의설)로 나뉜다는 점을 서술하고, (2) 선결문제로서 취소소송의 기판력이 국가배상청구소송에 미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① 전부 기판력 긍정설, ② 양자의 위법 개념이 상이하므로 미치지 않는다는 기판력 부정설, ③ 취소소송의 인용판결의 경우에만 기판력이 미친다는 제한적 기판력 긍정설을 서술하면 되겠다. 아울러, 판례는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더라도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말미암아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을 경우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사안을 포섭하면 되겠다.
한편, 국가배상청구소송의 결과가 취소소송의 결과보다 먼저 나온 경우, 해당 판결이 확정되었음을 전제로 앞서 포섭한 위법성 개념의 논리에 따라 결론을 도출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이원설(광의설)을 택하였다면 반드시 취소소송이 인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그 판결의 주문에 포함된 것, 즉 소송물로 주장된 법률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의 결론 그 자체에만 미치는 것이고 판결이유에서 설시된 그 전제가 되는 법률관계의 존부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 해당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을 경우 취소소송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는 점 등을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3. 기록형 문제분석 및 해설
상관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양심선언을 한 것과 관련하여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직위해제처분과 징계처분을 받은 의뢰인인 공무원을 위하여 두 처분을 다투는 문제이다.
먼저 적법요건과 관련하여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징계가 감경되어 그에 따른 재처분이 이루어졌는바 소의 대상 및 제소기간의 기준이 변경처분인지 혹은 변경된 내용의 당초 처분인지가 핵심적인 쟁점이었다. 변경처분에 의하여 당초 처분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고 당초부터 유리하게 변경된 내용의 처분으로 존재하는 것이므로, ‘피고가 2022. 5. 13. 원고에 대하여 한 감봉 3월 처분을 취소한다’라고 청구취지를 작성하여야 하며, 제소기간 역시 변경된 내용의 당초 처분을 기준으로 재결서 정본 송달일로부터 90일로 계산해야 한다. 또한 (1) 직위해제처분의 처분성과 (2) 직위해제처분의 효력이 소멸된 경우에도 승진에 있어서의 불이익 등을 고려하면 소의 이익이 있다는 점을 검토해야 하겠다.
절차상 하자와 관련하여서는 기록에 제시된 처분사유 설명서에서 당사자가 그 근거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유를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이유제시의 하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찾아낼 수 있어야 되겠다. 나아가 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 제9호, 동법 시행령 제2조 제3호에 따라 공무원 인사관계 법령에 의한 징계처분의 경우 이유제시에 관한 행정절차법 제23조의 규정이 별도로 적용되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실체상 하자와 관련하여 직위해제처분의 경우, 형사 사건으로 기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직위해제처분이 정당화될 수 없고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하는 유죄판결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 원고가 계속 직무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공정한 공무집행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을 포섭하여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하면 될 것이다.
징계처분의 경우 처분사유의 부존재를 다투면서 명백하게 위법한 지시인 경우 복종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 이 사건 양심선언 5일 전에 이미 관련 내용이 보도되어 공개되었는바 이 사건 양심선언은 비밀성이 없고, 나아가 비밀로서 보호할 필요성도 없다는 점 등을 주장하고, 기록에 제시된 탄원서를 활용하여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서 비례원칙 위반을 주장하는 것이 주요 쟁점에 대한 답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성욱 교수 (서울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