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사례형
1. 제1문의 (1)에서 甲의 죄책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죄에 해당한다(정통망법 제70조 제2항). 甲의 행위는 정통망법위반죄에 해당한다. 허위사문서작성죄는 처벌하지 않으므로 B에게 이를 교사한 행위는 죄가 되지 않는다.
2. 제1문의 (2)에서 동의를 양해로 보는 견해와 승낙으로 보는 견해에 따른 甲의 죄책
가. 피해자의 승낙과 양해
법익의 처분권자가 상대방인 가해자에게 자신의 법익에 대한 침해를 허용하는 것을 피해자의 승낙이라고 하고, 통설과 판례는 이를 위법성조각사유로 본다(형법 제24조). 다수설은 다시 피해자의 ‘승낙’과 ‘양해’를 구별하여(구별설) 구성요건 자체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만 성립할 수 있는 범죄에서 동의는 구성요건 자체를 배제하는 양해로 본다. 승낙과 양해를 구별하지 않고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견해(구별부정설)도 있다. 이는 다시 피해자의 승낙을 위법성조각사유로 보는 견해와 구성요건을 배제하는 사유로 보는 견해로 나뉜다.
나. 양해로 보는 견해에 따른 甲의 죄책
절도죄에서 절취란 타인의 재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자기 점유로 옮기는 것이므로, 피해자의 동의는 양해로서 구성요건해당성을 배제하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양해가 없는데 있는 것으로 오인한 경우 고의가 배제된다. 사례에서 甲의 오인은 구성요건적 착오로서 고의가 조각되므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 승낙으로 보는 견해에 따른 甲의 죄책
승낙과 양해를 구별하지 않고 승낙을 위법성조각사유로 이해하는 견해에 의하면, 甲의 오인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가 되는 사실에 대한 착오에 해당한다(구별부정설이면서 승낙을 구성요건 배제사유로 보는 견해는 구성요건적 착오로서 고의가 조각된다고 볼 것이다).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가 되는 사실에 대한 착오에 대하여는 ①위법성 인식은 책임요소인 고의의 내용이 되므로 고의가 조각되고 과실범처벌규정이 있는 경우 과실범이 된다는 고의설, ②위법성 인식은 고의와 독립한 책임요소로서 위법성의 착오가 되어 형법 제16조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책임이 조각되고,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고의범으로 처벌된다고 보는 엄격책임설, ③제한책임설로서 ⓐ구성요건적 착오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고의가 조각된다고 보는 구성요건착오유추적용설, ⓑ고의의 이중적 지위를 인정하여 고의책임과 고의형벌을 조각하여 법효과에 있어서 구성요건적 착오와 같이 취급해야 한다고 보는 법효과제한책임설, ④위법성조각사유는 소극적 구성요건요소가 되므로 구성요건 착오가 되어 고의를 조각한다고 보는 소극적 구성요건요소이론이 있다. 판례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거나 적어도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그렇게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다. 사례의 경우 고의설이나 구성요건착오유추적용설, 법효과제한책임설, 소극적 구성요건요소이론에 의하면 고의가 조각되어 절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엄격책임설에 의하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하는데, 甲과 C는 약혼관계에 있고, C는 甲이 자신의 지갑에서 수표를 꺼내어가는 것을 보았으나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으므로 甲의 오인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따라서 甲의 행위는 책임이 조각되어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판례에 의하더라도 甲의 오인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절도죄의 죄책을 부담하지 않는다.
3. 제1문의 (3)에서 甲의 죄책
가. 절도죄 검토
절도죄에서 행위의 객체가 되는 타인의 재물이란, 유체물과 관리할 수 있는 동력을 의미한다. 설문에서 甲은 메모리칩 도면파일을 D에게 넘겨주었는데, 컴퓨터파일과 같은 정보는 재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대판2002.7.12.2002도745). 甲의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업무상배임죄 및 배임수재죄 검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배임죄가 성립한다. 배임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그 사무의 성질과 내용, 행위 시의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판단한다. 회사직원이 영업비밀 또는 영업상 중요 자산을 경쟁업체에 유출하는 행위는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대판2003.10.30.2003도4382등). 甲은 X회사의 개발팀장으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고, 새로 개발한 기밀에 해당하는 도면파일을 경쟁회사 상무에게 넘겨준 행위는 업무상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 甲의 위 행위는 업무상배임죄(형법 제356조)에 해당한다.
타인의 사무처리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받은 때에는 배임수재죄(형법 제357조)가 성립한다. 甲은 회사 개발팀장으로 기밀을 넘겨달라는 부탁을 받고 3억원을 수령하였으므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받은 때에 해당한다.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 업무상배임죄와 배임수재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이다.
4. 제1문의 (4)와 (5)에서 甲, 乙, 丙의 죄책
가. 공무상비밀누설죄 및 교사범 검토
1) 乙의 죄책
공무원이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공무상비밀누설죄(형법 제127조)가 성립한다. 경찰관인 乙은 甲에 대하여 체포영장을 곧 신청할 예정인 사실을 수사대상자인 甲에게 알려주었다. 이는 외부로 누설될 경우 도주나 증거인멸 등 범죄 수사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정보로서 공무상 비밀에 해당된다(대판2007.6.14.2004도5561). 乙에게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성립한다.
2) 甲의 죄책
甲은 乙에게 공무상 비밀누설의 범죄를 결의시켜 실행케 하였으므로 교사범(형법 제31조 제1항)에 해당하는지 문제된다. 공무상비밀누설죄는 비밀을 누설한 자와 비밀을 누설받는 자의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대향범이고, 일방에 대한 처벌규정만 존재한다. 이 경우 처벌규정이 없는 대향자에게 공범규정이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하여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한다. 통설과 판례는 입법자가 처음부터 처벌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명백하므로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등 이유로 공범규정 적용을 부정한다(대판2011.4.28.2009도3642). 甲에 대하여 공무상비밀누설죄의 교사범은 성립하지 않는다.
나. 위증죄 및 위증교사죄 검토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때에는 위증죄가 성립한다(형법 제152조 제1항). 丙은 乙의 부탁을 받고 적법하게 선서한 후 허위 내용의 증언을 하였으므로 일응 위증죄가 성립한다. 丙이 甲의 동생이라는 점은 위증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누구든지 친족이거나 친족이었던 사람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148조 제1호).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에 대하여는 재판장은 신문 전에 증언을 거부할 수 있음을 설명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160조). 丙은 甲과 친족관계에 있으므로 증언거부권이 있는데, 사례에서 재판장이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였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丙이 허위로 증언한 경우에도 위증죄가 되는지가 문제된다. 판례는 증언거부사유가 있음에도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함으로 인하여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데 사실상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으면 위증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고{대판2010.1.21.2008도942(전)), 증언거부권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거나,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았더라도 허위증언하였을 것이라고 볼만한 정황이 있는 등 증언거부권 행사에 사실상 장애가 없는 경우에는 위증죄의 성립을 긍정한다(대판2010.2.25.2007도6273). 丙은 乙의 부탁으로 甲을 위해 증인으로 출석하여 적극적으로 알리바이에 관한 허위 증언을 하였으므로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았다고 하더라도 허위 증언을 하였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위증죄가 성립한다. 丙에게 위증죄가 성립하므로 이를 교사한 비신분자인 乙은 위증교사죄가 성립한다(형법 제33조).
5. 제2문의 (1)에서 甲과 乙의 죄책
가. 甲의 죄책
1) 살인교사의 점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사람에 대하여는 존속살인죄(형법 제250조 제2항)가 성립한다. 양부도 존속살인죄에서의 직계존속에 해당한다. 만약 사촌동생 乙이 甲이 시킨대로 甲의 아버지 A를 살해한 경우라면, 乙은 보통살인죄가 성립하고, 甲은 존속살인죄의 교사범인지 보통살인죄의 교사범인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한다. 통설과 판례는 33조 단서를 책임개별화 원칙을 규정한 것으로 보고 가중적 신분자인 甲에 대하여는 존속살인죄의 교사범이 성립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사례에서 乙이 살해한 사람이 사실은 A가 아니라 운전기사인 B였다. 원칙적으로 교사자는 피교사자가 실제로 실행한 범위 내에서만 교사범의 책임을 부담한다(공범종속성의 결과). 또한, 피교사자의 구성요건적 착오(객체의 착오)에 대하여, ①교사자에게도 객체의 착오가 된다는 견해와, ②교사자에게는 방법의 착오가 된다는 견해가 있다. 교사자에게도 객체의 착오가 된다는 견해에 의하면 고의가 조각되지 않고 발생사실에 대한 고의기수에 대한 교사범이 성립한다. 교사자에게는 방법의 착오가 된다는 견해는 다시 ①발생사실에 대한 교사범이 된다거나(법정적 부합설), ②의도한 사실의 미수에 대한 교사범(구체적 부합설)이 성립한다는 견해로 나뉜다. 방법의 착오로 보는 견해 중 법정적 부합설에 따를 때 사례에서 甲은 B에 대한 보통살인죄의 교사범이 성립한다.
2) 주거침입교사죄 및 절도교사죄 검토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乙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甲 역시 주거침입죄의 교사범이 성립하지 않는다. 한편, 乙에 대하여 절도죄가 성립하는데 甲이 절도죄의 교사범이 되는지 문제되나, 乙의 절도범죄는 甲의 교사내용(존속에 대한 살인)과 질적으로 전혀 다른 범죄이다. 따라서 甲에게 절도교사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나. 乙의 죄책
1) 살인의 점
乙은 A와 직계존비속 관계가 아니므로 보통살인죄의 정범이 된다. 乙은 피해자를 A로 알고 베개로 질식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였는데 사실은 B였다. 이는 객체의 착오로서 고의를 조각하지 않는다고 보므로, 결국 B에 대한 살인죄의 고의기수범이 성립한다.
2) 주거침입의 점
乙은 甲으로부터 甲과 A가 함께 살고 있는 집의 현관 비밀번호와 집 구조를 듣고 집에 들어가 B를 살해하였는데, 乙에게 주거침입죄(형법 제319조 제1항)가 성립하는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는 ①동등한 공동주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 주거침입죄를 인정하는 견해(구주거권설), ②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는 주거의 지배·관리의 평온을 해하는 것이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견해(변경전 판례), ③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으로 보면서 공동거주자 중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들어갔다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깨뜨렸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견해{대판2021.9.9.2020도12630(전)}가 있다. 乙은 甲으로부터 안내받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통상적인 방법으로 집에 들어갔으므로 A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깨뜨렸다고 보기 어렵다. 판례의 태도와 같이 乙에 대하여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3) 절도의 점
사람을 살해한 후 비로소 재물영득의 고의가 생겨 재물을 영득한 경우 강도살인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乙은 살해 직후 거실에서 명품 시계를 발견하고 욕심이 생겨 가지고 나왔으므로 절도죄가 성립한다. A가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지만 사회·규범적으로 A의 점유를 인정할 수 있다.乙에 대하여는 절도죄(형법 제329조)가 성립한다. 살인죄와 절도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이다.
6. 제2문의 (2)에서 乙의 형사책임을 부인하거나 보다 가볍게 인정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
가. 예비죄의 공동정범 및 방조범의 불성립 가능성
甲은 A에게 독극물을 투여하는 방법으로 살해할 마음을 먹고 乙에게 독극물 구입을 부탁했고, 乙은 독극물을 구입하였지만 바로 연락을 끊는 바람에 甲은 범행을 단념하고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하였다. 예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예비의 고의와 기본범죄를 범할 목적, 객관적 요건으로서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않은 외부적 준비행위가 있어야 한다. 甲이 乙에게 독극물 구입을 부탁하고 乙이 독극물을 구입한 것으로 일응 예비행위로서의 정형성이 인정된다고 본다면, 乙에 대하여 예비죄의 공동정범을 부인할 수 있는 근거를 살펴본다. 2인 이상이 범죄를 범할 목적으로 공동으로 예비행위를 하는 경우 예비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대판 1979. 5. 22. 79도522). 乙에 대하여 예비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공동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의 공동실행행위가 있어야 한다. 乙은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고 독극물을 구입하였지만 甲에게 주지 않고 ‘양심에 걸려 못하겠다’고 한 후 연락을 끊었으므로,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공동의사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공동의사는 상호적으로 존재하여야 하며 일방만이 가지는 편면적 공동정범은 공동정범으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비죄의 방조범 성립에 대해서는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하는데, 통설과 판례는 종범은 정범의 실행의 착수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고 예비에 그친 경우 이에 가공하는 행위는 공동정범이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방조범의 성립을 부정한다(대판 1976. 5. 25. 75도1429). 따라서 방조범으로도 처벌이 불가능하다.
나. 예비죄의 중지로서 필요적 감면 가능성
乙에게 예비죄의 공동정범을 인정하더라도 乙에게 예비의 중지로서 중지미수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형을 필요적으로 감면할 수 있다. 예비의 중지란 예비행위를 한 자가 자의로 실행의 착수를 포기하는 것이다. 乙은 독극물을 구입하였지만 甲에게 이를 주지 않았고, 더 나아가 ‘나는 양심에 걸려 못하겠다’고 한 후 연락을 끊었다. 이는 내부적 동기에 의한 것으로서 자의로 실행의 착수를 포기한 것에 해당한다. 예비의 중지를 인정할 것인지에 대하여, 중지미수는 미수의 일종이므로 실행에 착수한 이후에 자의로 중지하였을 때에만 중지미수가 될 수 있고 예비행위에는 준용될 수 없다는 부정설과, 제한적 또는 전면적으로 유추적용이 가능하다는 긍정설이 대립한다. 판례는 부정설에 의한다(대판1991.6.25.91도436). 예비행위의 실행행위의 정형성을 인정한다면 예비행위의 중지를 개념상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실행의 착수 이후 단계에서 적법 회귀에 대한 관대한 필요적 감면을 인정한다면 그보다 이전 단계에서 적어도 동등한 취급을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지미수 규정을 준용하여 필요적 감면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7. 제2문의 (3)에서 甲의 죄책
가. 절도죄 성립 여부
피해자를 살해한 직후 그 장소에 있는 재물을 가지고 나온 경우, 피해자가 생전에 가진 점유는 사망 후에도 계속되는 것으로 본다(대판 1993. 9. 28. 93도2143). 甲은 A를 살해한 직후 병실에 보관되어 있는 A의 인감도장을 가지고 나왔다. 甲에게 절도죄가 성립한다.
나.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죄 성립 여부
甲은 훔친 인감도장을 이용하여 A 명의의 위임장 1장을 작성하고 이를 주민센터 담당 직원 C에게 제출하였다. A 명의의 위임장을 임의로 작성한 것은 권리·의무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작성 권한 없는 자가 타인 명의를 모용하여 작성한 행위로서 사문서위조죄(형법 제231조)에 해당한다. A는 사망하였으므로 사자 명의의 문서도 문서위조죄의 객체가 되는지 문제되는데, 통설과 판례는 사자나 허무인 명의의 문서라고 하더라도 일반인에게 진정한 문서로 오신될 염려가 있으면 문서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고 한다{대판2005.2.24.2002도18(전)}. 통설과 판례의 태도에 따라 甲에게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 또한 이를 같은 날 주민센터 담당 직원 C에게 제출하였으므로, 위조사문서행사죄(형법 제234조)가 성립한다.
甲은 절도죄, 사문서위조죄,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성립하고, 이들은 실체적 경합관계이다.
Ⅲ. 기록형
1. 특경법 위반(배임)의 점
범죄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채권담보 목적으로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6억 원을 양도하고 채권양도통지를 해주기로 약정하였는데 임무에 위배하여 제3자로부터 다시 5억 원을 차용하면서 그에게 채권최고액 5억 5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다는 것이다. 종전 판례는 채권양도인은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양도채권의 보전에 관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보았다{대판1999.4.15.97도666(전), 변경됨}. 최근 대법원은 채권양도인은 채권양수인과 사이에 채권양도계약 또는 채권양도의 원인이 된 계약에 따른 채권·채무관계에 있을 뿐이고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판례를 변경하였다{대판2022.6.23.2017도3829(전)}. 위 범죄사실은 채권양도인이 권리이전계약에 따른 자신의 채무를 불이행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2.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의 점
범죄사실은 피고인이 2022.5.30. 자동차운전면허 효력이 정지된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였다는 것이다. 자동차운전면허 정지처분이 행정쟁송절차에 의하여 취소되면 그 처분시에 소급하여 효력을 잃고 그 처분에 복종할 의무가 원래부터 없었음이 확정되므로, 처분이 취소되기 전에 자동차를 운전한 행위는 무면허운전의 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대판 2021. 9. 16. 2019도11826). 따라서 피고인는 도로교통법위반죄의 죄책을 지지 않는다.
Ⅳ. 마치며
각칙은 어려운 재산범죄나 최근 판례보다 기본 개념과 구성요건 해석론을 묻는 질문이, 총칙은 공범론 외에 양해, 교사의 착오 등 새로운 쟁점이 출제되었다. 또한 논리적 사고과정을 서술해야 하는 문제도 출제되었는데 이는 변호사시험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빨리 답을 찾아 간략하게 쓸 수밖에 없는 현실(120분 동안 13여개 문제를 답하여야 함)에서는 교육과정에 출제의 취지가 효과적으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학생들이 서술형 답안을 작성할 때 소제목으로 단락을 나눌 필요가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 논리적 답안 구성을 위해 적절한 목차를 구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제한된 시간과 지면을 고려하면 판례나 이론에 대한 상설이 필요한 경우 등에는 소제목을 두고, 나머지는 단락 구분 등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학설이나 판례가 대립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그중 하나의 견해를 채택하여 결론을 내려주어야 한다. 다양한 해결책을 모두 제시할 것이 요구되는 문제가 아닌 한 가정적 판단으로 복수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강수진 교수 (고려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