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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한 교수와 함께 읽는 아동청소년문학
샬롯의 거미줄
신승한 교수(광운대·영미문학)
2023-01-30 07:17
돼지와 거미의 우정을 그린 아동청소년문학의 고전
‘어떤 생명이든 태어났다면 살아갈 가치 있다’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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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1등만을 기억한다’는 말이 빈번히 회자됨에도 불구하고, 어떤 2등은 1등보다 더 널리 알려지고 더 많이 사랑받는다. E. B. 화이트(E. B. White)의 <샬롯의 거미줄>(Charlotte’s Web, 1952)이 바로 그런 경우다. 미국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가 1953년 뉴베리 메달 수상작으로 <안데스의 비밀>(Secret of the Andes, 1952)을 선정했을 때 <샬롯의 거미줄>은 다른 네 작품과 함께 차석(次席)에 해당하는 뉴베리 명예상을 수상했다. 7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안데스의 비밀>을 읽는 이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반면, <샬롯의 거미줄>은 여전히 전세계 수많은 독자들과 만나는 스테디셀러다. 돼지와 거미의 우정을 그린 이 근사한 이야기는 몇 년 전 스쿨라이브러리저널(School Library Journal)에서 선정한 <최고의 어린이소설 100선> 중 1위를 차지한 데서 알 수 있듯, 확고부동한 아동청소년문학의 고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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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의 거미줄>이 시공을 초월해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 이야기가 진실한 우정이라는 삶의 보편적 주제를 다룰 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세계와 그 안에서 피고 지는 뭇생명들의 조화가 지닌 아름다움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의 탄생과 죽음이 실상은 서로 밀접하게 맞물려 세상을 떠받치는 거대한 순환을 이룬다는 자연의 섭리(攝理)는 작품 전반을 관류하는 주제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샬롯의 거미줄>의 이야기를 열고 닫는 열쇠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도입부에서 애러블 씨는 무녀리(동물의 한배에서 태어난 새끼들 중 가장 작고 약한 새끼)로 태어난 새끼 돼지를 도끼로 죽이려 한다. 무녀리를 제거해야만 다른 새끼들이 더 잘 먹고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농부의 오랜 경험으로 아는 까닭이다. 그러나 애러블 씨의 딸 펀은 아버지에게 울고불고 매달려 이 갓난 돼지를 구해내고, 윌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펀의 도움으로 구사일생 목숨을 부지한 윌버는 이후 친구가 된 거미 샬롯의 도움으로 도축장으로 갈 위기를 모면하고, 품평회에서 특별상을 타는 승리의 순간을 누리기도 한다. 윌버의 생존과 승리의 이야기는 ‘어떤 생명이든 일단 태어났다면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것을 독자에게 일깨워준다. 세상의 모든 무녀리들, 나아가 새 생명들에게 보내는 응원이자 격려인 셈이다.

화이트는 언뜻 단순해 보이는, “아빠는 도끼를 들고 어디 가시는 거예요?”라는 펀의 물음을 작품의 첫 문장으로 선택함으로써 한 생명이 세상에 나고서 필연적으로 마주할 폭력과 투쟁을 함축한다. <오만과 편견>이나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모비 딕> 같은 작품들의 유명한 첫 문장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명문(名文)의 예다. 작가는 미국 메인(Maine) 주에 농장을 지녔고, 그곳에서 자신이 보고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샬롯의 거미줄>을 썼다. 그는 직접 돼지를 기르기도 했고, 작중의 샬롯처럼 헛간에서 알주머니를 만드는 거미를 관찰하기도 했다. 자신의 세계가 지닌 아름다움을 진정 사랑했기에 작가는 그 사랑을 바탕으로 <샬롯의 거미줄>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샬롯이 진실한 친구이자 훌륭한 작가로서 동시에 이루기 어려운 과업을 성취한 것과 마찬가지로, 화이트 역시 <샬롯의 거미줄>을 통해 재미와 의미라는 미덕을 한꺼번에 독자에게 선사한다. 아직 <샬롯의 거미줄>을 읽어보지 않은 독자라면 한번쯤 접해보아야 할 이유다.


신승한 교수(광운대·영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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