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3.]
코로나19 대유행 및 러-우 전쟁 등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에너지 위기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s, 이하 GSCs)이 다양한 경제 문제 중 핵심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에 주요국은 기존 GSCs구조의 경제 의존성(economic dependencies)을 면밀히 검토하고 ‘리쇼어링(reshoring)’,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등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정책 마련에 앞다투고 있다. 이하에서는 최근 GSCs 변화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 전망과 이에 대한 한국 기업의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1.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도 기존 글로벌 공급망 유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화에 따른 GSCs 및 대외경제 상호의존 심화의 위험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왔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코로나19 대유행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해 “지나친 세계화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脫세계화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회복 정책이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교란 발생 상황에서도, GSCs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제품 및 전자제품 등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증가함에 따라 전체 ‘생산공정의 국가 간 분업(international fragmentation of production)’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었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GSCs 진전이 다소 정체된 측면이 있으나, 이는 중국이 자국 부가가치 사슬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자국 공급망 강화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국은 중간재 수입량이 많은 기존의 단순 가공 무역으로부터 탈피하여 중국 브랜드 상품 및 중국산 비중이 높은 상품의 수출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2. 공급망 재편성의 주요인: 디지털 및 그린 전환
최근 OECD의 연구에 따르면, 기술 관련 공급망 불확실성과 구조적 변화, 그리고 생산 특화 (specialization) 전략의 변화 등이 GSCs 재편의 주요인으로 나타났다. 각국의 무역 자유화 협정 체결과 무역 제한 조치 발동이 동시에 진행됨에 따라 전반적인 GSCs 비용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국가들이 안보 이슈를 다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무역조치를 활용하거나 GSCs를 ‘무기화’ 하게 됨에 따라 불확실성이 야기되었다. 또한, 국가들의 대외구매(sourcing) 방식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구조적 변화는 디지털 및 그린 전환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인해 공급망이 더욱 단순해지고, 각 국의 그린 정책은 기업들이 높은 환경 기준 및 청정에너지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한 곳에서 생산하는 데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3. 민첩성 및 유연성을 통한 복원력 있는 공급망 구축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의약품 및 의료기기 등의 부족을 경험하며 GSCs의 취약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글로벌 기업이 GSCs를 통해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빠르게 회복함에 따라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복원력(resilience)을 반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최근 기업들은 ‘민첩성(agility)’와 ‘유연성(flexibility)’을 통해 외부 위험에 대응하고 있다. ‘민첩성’은 기업이 정책 환경의 충격과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분권화된 시스템 내에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관리 구조 확보를 의미하고, ‘유연성’은 기업이 생산 공정 변경, 인적 자원 관리, 신속한 공급망 재편 등을 할 수 있는 절차와 관련되어 있다. 이 밖에 상호보완적인 기업의 동적 역량(dynamic capabilities)으로 공급망의 ‘가시성(visibility)’이나 다른 기업과의 협력 등을 들 수 있다.
4. 향후 기술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무역 자유화 및 규칙 기반의 다자무역 체제 구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이후 수십 년간 글로벌 생산 분업화를 통해 비용 절감과 효율성 극대화가 추구되어 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제 ‘기술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techno-geopolitical uncertainty)’의 시대로 접어듦에 따라, 강대국들이 경쟁국을 상대로 기술-국가주의적, 지정학적 이득을 추구하기 위해 택하는 주요 정책들로 인하여 글로벌 생산 분업화에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주요국의 무역 및 투자 정책이 타국의 핵심 산업의 경쟁력과 기술 개발을 약화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및 그린 전환의 큰 흐름 속에서 국가 간 정책 노선의 불확실성이 우려되는 가운데 특히 GSCs의 이점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기업들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며, 이들의 대응 과정을 통해서 미래 GSCs가 재편될 것이다.
5. 한국기업: 새로운 정책 환경에 대응해야
향후 주요국의 정부는 글로벌 비즈니스 비용을 높이고 국가와 산업 전반을 왜곡시키는 새로운 조치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 또한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나 전기차 등 미-중 갈등의 중심에 있는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입장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종 조립 등 생산의 최종 단계에 있어서 리쇼어링을 할 것인지 아니면 보호무역주의 전략을 취한 국가에서 직접 생산할 것인지 등은 기업의 선택사항이지만, 공급망은 글로벌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무역 제한 정책과 내부 지향적(inward-looking) 산업 정책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기 다른 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기업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전략들이다.
■ 생산 전환 전략: △생산지 변경(예: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 △대체시장에서 제품 판매(예: 남미 및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 진출), △원자재 대체 공급처 확보(예: 동남아시아) 등
■ 판매 제품 다변화: 생산 고도화를 통해 양질의 제품 판매, 또는 아직 무역 장벽의 대상이 아닌 새로운 제품 판매 도모
■ 기능적 업그레이드 전략: 제품 자체뿐 아니라 디자인, 마케팅 및 브랜드 등의 역할과 전문성 업그레이드
■ 서비스산업 특화 전략: 상품에 대한 무역 제한 조치가 증가함에 따라 기존의 특화된 제조업 분야에서 벗어나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
■ 동적 역량 강화: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민첩성과 유연성과 같은 동적 역량 강화
■ 외교 및 로비 활동 활용: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규제 및 법률의 영향을 제한하기 위해 기업 외교와 로비에 많은 자원을 투입
■ 선진 기술 협력: 선진 기술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지정학적 혼란 완화 도모
■ 글로벌 네트워크 적극 활용: 기존 혹은 새로운 국가 간 무역 및 투자 협정, 그리고 경제 파트너십 등을 활용하여 기술지정학적 혼란을 완화시키고, 다른 기업과의 협력 및 파트너십을 통해 무역제한조치 우회
Sebastien Miroudot (sebastien.miroudot@oecd.org)
- Senior Trade Policy Analyst, OECD Trade and Agriculture Directorate
- Advisor for Lee & Ko Global Commerce Instit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