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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 판사 이야기
[몽테뉴 판사 이야기] (7) 법을 바꾸는 것이 해악보다 더 확실한 이익을 가져올지 의심스럽다
박형남 부장판사(서울고법)
2023-02-16 07:14
- 법의 보수성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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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의 바람이 휘몰아치며 사회제도와 가치관이 혼란에 빠진 시대, 몽테뉴는 법과 제도의 본질이 무엇이며 이를 대하는 사람의 온당한 태도는 어떤지 곱씹어 생각했다.

우리들 각자의 습성과 조건 역시 자연이라 부르기로 하고, 우리는 이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대접하도록 하자. 습관은 제이의 천성이고, 천성 못지않게 강력하다.

어떤 사람이 익숙한 환경과 생활 방식을 선호하고 변화에 적대적이고 불신하는 태도를 취한다면, 그는 기질적 보수주의자다. 사람은 누구나 안정을 추구하고 편안해지므로 보수적 태도는 인간의 본성에 뿌리박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의 상상력이 빚어내는 해괴한 환상일지라도 실제 관행에서 예를 찾을 수 없는 것, 그래서 우리 논변이 그 환상을 지탱해주지 않거나 그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 주지 않는 것은 없다고 여겨진다.

몽테뉴에 따르면, 사회의 신념과 가치체계, 즉 결혼과 성, 재산소유와 상속, 정치체제 문제는 습관에서 기인하는 것일 뿐 보편적인 이치와 관계되는 것이 아니다.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주의자는 사회구조나 생활양식이 아무리 낡아도 유익한 기능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정체의 불완전성을 비난하는 것은 쉽다.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은 모두 불완전함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낡은 관습을 경멸하도록 민중을 선동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파괴해 버린 것의 자리에 더 나은 질서를 수립하는 것, 그것을 시도한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지쳐 낙담에 빠지고 말았다.


보수주의는 혁신이나 혁명은 엄청난 부작용을 가져오고 이념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점진적인 변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몽테뉴는 왜 그런 입장을 취했을까? 우선 종교전쟁이 초래한 지극히 해로운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 다른 이유로 인식론적 회의주의와 사회관을 들 수 있다. 그는 점이나 예언, 의사의 진단과 관습이 언제나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의했으므로, 혁신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취했다.

어떤 종류의 법이든 간에 사람들이 이미 인정한 법을 바꾸는 것이, 그 법을 어지럽힘으로써 생겨날 해악보다 더 확실한 이익을 가져올지는 몹시 의심스럽다. 국가란 여러 부분이 결합되어 있는 구조물 같은 것이어서, 한 부분을 움직이면 구조물 전체가 흔들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법은 오래전부터 존속되고 만인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인정받아 정당성을 획득했다. 법과 제도를 변경해서 얻을 이익이 해악보다 많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불의가 횡행하더라도 무질서보다 나은 게 아닐까? 이렇게 추론하면서 법의 변화에 대해 보수적으로 생각했다.

지혜로운 인간은 자기 영혼을 세상의 소란으로부터 빼어내어 자기 안으로 돌이켜, 만상을 거침없이 판단할 수 있는 자유와 권능 안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외적인 것들은 기왕에 받아들여진 방식과 관례를 온전히 따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규칙 중의 규칙, 법 중의 보편적인 법은 누구나 자기 사는 땅의 법과 규칙을 지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몽테뉴는 개인의 자유와 판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현실에서의 변화를 거부했다. 하지만 집단적 동의를 법의 성립요소로 보았고, 당대에는 개혁을 부정했지만 적절한 때가 오면 불씨가 당겨질 것으로 보았으므로 혁명적 불온사상가라고 할 수 있다.

보수주의 기본원칙은 자유와 평등이 본질적으로 양립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보수주의는 자유의 목적은 개인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고 평등의 목적은 불평등하게 분배된 물질적·비물질적 가치를 재분배하는 것인데, 개인의 능력을 법과 정치로 보완하려는 것은 자유를 훼손시킨다고 본다. 물론 진보주의는 정반대다. 현행법으로 판단하는 법률가는 법체계가 오래되고 완벽한 민사법과 형사법에 익숙하므로 대체로 법을 바꾸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리라. 하지만 몽테뉴에 따르면, 권위나 관습으로 인정받아 온 기존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정당성을 추궁하는 것은 회의하는 이성이다. 회의하되 미소를 짓고, 의심하되 절망하지 않고 유쾌하게 체념하면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박형남 부장판사(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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