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재화나 서비스에 비하여 콘텐츠의 특징 중의 하나는 이용자의 관점에서 특정 콘텐츠를 향유하기 전과 그 이후의 이용 가치에 대한 평가가 전혀 다르다는 점에 있다. 소비하는 기간이나 간극이 매우 짧은 영화, 드라마나 만화, 웹툰 등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콘텐츠를 ‘소비’할 때 반복하여 보거나 소장하여 보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한 번 보는 것으로 그 효용가치의 대부분이 사라지게 된다. 최근에는 가정에서 유선으로 연결된 기기를 통해서만 콘텐츠를 소비하던 것에서 모바일 디바이스를 포함한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OTT 서비스 등으로 발전하고 그에 따라 콘텐츠 소비형태도 변화하면서 사정이 더욱 복잡해 지고 있기도 하다.
광고 없이 몰입도 높게 콘텐츠를 시청할 때의 전제는 이용자가 직접 해당 영상 소비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다는 점이다. 제작비가 수백억원이 들어간 영상을 제작하면서 그 비용 회수 방안을 고려하지 않으면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수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누누티비로 대표되는 콘텐츠 불법 유통업자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애초에 유료인 컨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도박 광고와 같은 불법적인 이익을 수취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과거 P2P나 공유 경제에서 논의되었던 새로운 혁신이 존재할 틈이 전혀 없고, 단지 타인의 성과를 약탈하는 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누누티비의 경우 월간 MAU가 1000만명 이상이라고 할 정도로 그 이용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과거와는 달리 이러한 불법 서비스들은 대부분 글로벌하게 이루어지고 서버를 둔 곳이 해외 국가도 찾기 어려워(파라과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국내 수사기관이 이를 수사하여 단속하기도 쉽지가 않다.
이러한 불법 행위에 대하여 저작권보호원 등에서는 국내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차단하는 등 과거의 사법 절차보다 훨씬 더 타이트한 방식으로 단속을 실시하지만 법 절차를 무시하는 범법자들은 도메인 네임을 바꾸는 것과 같은 간단한 방식으로 법을 회피하고 있다. 여러 가지 단속 방법들이 존재하지만 열 경관이 도둑 하나를 못 잡는다는 경구처럼 법적 절차에 따라서 정의를 구현하는 것에는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사실이다. 감독 당국에 대하여 제대로 콘텐츠 보호를 하지 못한다고 비난할 것은 아니고, 오히려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단속 업무를 수행하는 저작권보호원을 비롯한 관련 단체의 노고에 경의를 표할 일이다. 물론, 콘텐츠 단속에 좀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이 배정된다면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은 불문가지이기에 정부의 관심이 좀 더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의 불법 현장을 보다 못한 콘텐츠 사업자들이 ‘저작권 대응 협의체’를 구성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시도하고자 하는 모양새다. 두더지 잡기처럼, 계속 망치로 두드려도 불법 콘텐츠들은 여전히 음지에서 살아남는다. 그래도 꾸준하고 끈질긴 관심과 단속만이 우리 콘텐츠를 보호하는 가장 확실하고 보편적인 방법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강태욱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