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김진희 전 네이버I&S 대표이사 등 대표이사급 경영진에 대한 기소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네이버와 성남시가 40억 원 후원을 둘러싼 거래의 외관을 함께 꾸민 정황을 비롯해, 네이버와 두산 등이 적극 관여하며 부정한 청탁을 한 정황을 확인하고 이들 기업의 경영진들을 뇌물공여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해 왔다. 뇌물을 공여한 이들에 대해서는 형법 제133조가 적용돼 5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해진다.
◇ 거래외관 함께 꾸민 정황 = 법률신문이 입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네이버와 성남시가 후원금 40억 원을 주고 받으며 외관을 함께 꾸민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당시 네이버 계열사인 네이버I&S 대표 김진희 씨와 당시 네이버 대표 김상헌 씨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정자동 178-4 부지를 대학원대학으로 활용하기 위해 성남시의 협조가 필요하자 당시 네이버 대외협력이사를 통해 이 대표 측과 접촉하는 한편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만나 논의했다. 정 비서관은 네이버를 최대한 도와주겠다고 하며 성남FC 후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정 비서관이 3년간 매년 20억씩 모두 60억 원을 지원해 줄 것을 원하자 김진희 씨는 내부 논의를 거쳐 3년간 40억을 후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네이버는 후원사실이 공개되지 않도록 회사명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원했고, 이 대표 측은 기부단체인 ‘희망살림’을 형식적으로 경유해 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네이버에 제안했다.
이후 네이버 측은 성남FC에 3년간 40억을 후원하지만 성남FC가 아닌 성남시의 요구에 따라 후원하는 것이며 성남FC를 직접 후원하는 것이 드러나지 않도록 ‘희망살림’을 중간에 끼되 성남시를 협약에 포함시킬 것과, 요구사항 이행 확약과 함께 문서화를 요구했다. 성남시 측은 처음에는 문서화와 성남시를 협약에 포함하는 것을 거절했으나 곧 네이버 요구대로 성남시를 협약에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 ‘적극적 요청’도 드러나 =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나타난 이 대표 측과 네이버 간의 협상의 과정을 살펴보면, 네이버는 성남시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따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며 자신의 요구 사항들을 관철했다.
네이버는 기존의 178-4부지의 건물 신축 인허가, 대학원대학 설립 협조 뿐 아니라 신축 건물에 10% 이상의 근린생활시설 반영, 178-4부지 인근 소공원 179-3부지의 매입과 소프트웨어진흥시설부지로의 용도변경, 최대용적률 상향과 자동차진출입로의 변경 등을 추가로 요청하기도 했다. 성남시는 네이버 측 요구와 문서화를 모두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2015년 5월 ‘네이버-희망살림-성남시-성남FC’ 간 4자 협약이 체결됐다. 체결 후 이 대표 측의 협조 지시에 따라 성남시는 178-4부지의 최대용적률을 940% 까지 상향시킬 수 있는 기준을 적용했고, 자동차진출입로 변경과 관련해서는 주변학교 주민들의 집단민원과 관공서 찬성 등을 받아 이를 변경해줬다. 2016년 9월 8일에 178-4부지의 건축허가와 근린생활시설 지정 등의 각종 인허가가 모두 나왔고 네이버는 2016년 12월 공사를 시작해 2021년 지상 29층 지하 8층의 건물을 완공했다.
네이버는 성남시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후원금을 ‘쪼개기 집행’하기로 했고 2015년 6월 처음 10억을 지급한 이래, 178-4 부지 용적률 상향 방침이 확인되자 10억을, 자동차진출입로 변경이 확정되자 10억을, 건축허가 및 근린생활시설 지정이 허가되자 10억을 순차적으로 지급했다.
두산건설의 경우 유동성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자동 병원 부지를 업무용지로 용도변경하고 용적률을 높여 매각하기로 하고 이 대표 측과 접촉했다. 이 과정에서 안민석 당시 민주당 의원과 이 대표의 중앙대 법대 은사를 통하기도 했다. 2015년 11월 도시계획·건축공동위원회로부터 정자동 부지의 용도변경이 반영된 도시관리계획 재정비가 승인됐고, 정자동 부지의 용도변경이 반영된 도시관리계획 결정이 고시됐다. 두산건설은 그 대가로 성남FC에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합계 55억 원을 지급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재경 전 두산건설 회장이 이병화 전 두산건설 대표로부터 후원 검토 내용을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 이병화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이미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검찰은 네이버, 두산건설 등 관련 회사의 최고경영진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민단체인 성남공정포럼은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를 제3자 뇌물 혐의로 고발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에 배당됐다. 다만 이들 회사의 최고경영진에 대한 소환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정준휘·강한·박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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