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세종특별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강일원(64·사법연수원 14기) 전 헌법재판관이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를, 이강국(78·사시 8회) 전 헌법재판소장이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를 대리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전원회의는 공정위가 대한변협과 서울변회가 소속 변호사의 로톡 광고를 제한한 것을 두고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했는지 판단하기 위해 열렸다. 전원회의에서는 변협의 행위가 공정위의 심사대상이 될 수 있는지도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양측은 변협이 광고규정을 개정해 변호사들이 로톡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게 로톡을 탈퇴하지 않은 변호사를 징계한 것을 국가 사무로 볼 것인지, 사업자 단체의 행위로 볼 것인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변협 측은 변호사 광고에 대한 규제 업무는 법무부로부터 위임받은 국가 행정 사무이므로, 공권력 행사에 해당해 공정위가 심사할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변협을 대리한 강일원 법무법인 케이원챔버 변호사는 이날 "과연 이 사건을 공정위에서 심의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겠다"며 "변협과 서울변회는 변호사법에 따라 설립된 공법인이다. 1982년 (변호사)법이 개정되면서 국가가 관리하던 변호사 징계 등 국가사무가 변호사협회에 이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사 단체가 사업자 단체인 것은 명백하지만, (변협이) 국가가 관장하던 사무를 법무부로부터 위임받은 만큼 이 범위에서는 변협이 국가 공무기관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행정법으로는 (변협을) 공무수탁사인이라고 봐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행정소송 등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로앤컴퍼니 측은 변협 또한 사업자 단체인 만큼, 소속 사업자들의 사업을 방해한 행위를 공정위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톡을 대리한 이강국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는 의견서를 통해 "(변협 측이) 설정한 잘못된 전제와 달리 이 사건 심사대상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의 위헌 또는 위법 여부가 아니라 (변협이)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이 금지하는 행위를 행했는지 여부"라며 "공정위가 변협과 서울변회에 시정조치를 명할 경우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의 개정을 요구하는 형태가 아니라 구체적인 방해행위의 중지나 시정을 요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점을 보더라도 공정위의 심사대상이 되는 것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사경제의 주체로 타인과 거래행위를 하는 경우는 그 범위 내에서 공정거래법 소정의 사업자에 포함될 수 있다"며 "설령 변협이 공권력 행사의 주체가 된다고 하더라도,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에 정당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그 내용을 위법하게 자의적으로 해석해 개별 구성사업자들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등의 경우에는 사경제 주체의 지위에서 공정거래법 및 표시광고법 위반행위를 행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정위는 23일 변협과 서울변회가 공정거래법상 구성사업자의 사업활동 제한 행위를 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각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변협 측은 불복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변협이 변호사 광고를 규제하는 등의 조치가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변협은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제 업무는 본질적으로 국가의 공행정사무에 해당하며, 변호사 직역의 공공성과 공정한 수임질서 유지 및 법률사무에 관한 소비자 보호 등 공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며 "공정위는 심사 권한 자체도 없으며, 내용과 절차 또한 심하게 불공정하게 진행했기에 곧바로 불복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사법절차를 밟아 문제를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이 아닌 변협이 권한쟁의 심판청구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지는 쟁점으로 남았다.
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는 헌법재판소 관장 사무 중 하나로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을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 근거가 된 지휘규칙을 두고 국가경찰위원회가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해 국가경찰위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2022헌라5). 헌재는 "헌법상 국가에 부여된 임무 또는 의무를 수행하고 독립성이 보장된 국가기관이라고 하더라도, 오로지 법률에 설치근거를 둔 국가기관이라면 국회의 입법행위에 의해 존폐 및 권한범위가 결정될 수 있어 헌법에 의해 설치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해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국가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