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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조인대관
박성민의 법문정답
우리의 질문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박성민 대표 (정치컨설팅 민)
2023-02-2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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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0.8명마저 무너졌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일 뿐만 아니라 OECD 국가 중 출산율 1명을 밑도는 유일한 나라라고 합니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대통령이 위원장, 각 부처 장관이 정부위원으로 참여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키고 280조의 재정을 투입하고 받아 든 성적표라니 앞이 캄캄합니다.

 

세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건 셋 중 하나입니다. ① 원인도 알고 해결책도 있는데 (기득권의 저항으로)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 ② 원인은 아는데 아직 해결책을 못 찾은 경우, ③ 아직 원인도 모르는 경우입니다. 저출산(저출생이 맞다는 의견도 있습니다)은 몇 번에 해당할까요.


저출산 원인과 해법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만큼 보육·주거·교육·고용 등 종합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문화적 영향도 작지 않다고 봅니다. 사람은 모방하는 존재입니다. 수많은 ‘OOO 키즈’는 그렇게 태어납니다.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나 혼자 산다’ 이런 프로그램들 때문에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한 걸로 인식되는 것 같다”며 “아이를 안 낳는 것보다 아이를 낳는 것이 더 행복한 사회라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예능 프로를 보다 보면 혼자 살면서, 개나 고양이 키우고 여행 다니면서 맛있는 거 먹는 게 행복한 삶이라고 세뇌(?)당합니다. 반면 결혼은 ‘지옥’이고 ‘금쪽같은 내 새끼’는 하나같이 문제로 보입니다. 그러니 누가 결혼하고 애를 낳고 싶겠습니까. 제 세대나 제 부모님 세대가 대부분 결혼하고 애를 낳은 건 주위가 다 그렇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라고 결혼해서 애 낳고 키우는 게 뭐 그리 쉬웠겠습니까.


얼마 전, ‘구십 동갑내기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글로 지은 집》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어령 교수가 글 잘 쓰는 건 유명하지만 부인 강인숙 교수 글솜씨도 못지않더군요. 다들 그렇게 (결혼하고 힘겹게 집 구하고 애 키우는) 분투의 삶을 살아냈습니다.


저는 김형석 교수님 덕에 한국인 평균 수명이 다섯 살은 족히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103세에 여전히 강의하고 글 쓰는 걸 보면서 모든 사람이 지레 포기하지 않고 삶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될 테니까요.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는 김 교수님 말씀에 저도 큰 위로와 격려를 받았습니다. “50~60대쯤 되니 기억력은 조금 떨어진 것 같지만 사고력은 더욱 강해졌다. 몇 살까지 성장했는가 생각해보니 60~75세까지는 성장했던 것 같다. 90세까지는 이를 연장해보려고 했고, 비록 신체기능은 떨어졌지만 95세쯤까지도 정신력은 그대로였다. 지금의 건강도 정신력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90세까지는 정신적으로 늙었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건강한 백 세 인생을 사는 세 가지 방법은 공부를 계속하고 일을 잃지 말고 사회에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저는 (경험보다 더 중요한 기술의 시대를 맞아) “젊은 사람들에게 배우라”를 더하고 싶습니다.


‘닮고 싶은’ 롤모델은 다른 사람 삶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저는 ‘넘버 원’을 쫓는 사람보다 ‘온리 원’을 꿈꾸는 작가나 예술가의 삶에서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직’이 아니라 ‘업’을 추구하는 그들은 최고의 작품을 남기기 위해 죽는 날까지 분투합니다. 저에게는 그 삶이 너무 아름답게 보입니다.

저는 젊은 사람들이 닮고 싶은 롤모델이 스포츠나 연예인이 아니라 정치인·기업인·언론인·학자·법조인 중에서 많이 나왔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상을 향해 질문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의 지적 역량은 ‘질문하는 능력’입니다. 저출산보다 더 심각한 한국의 문제는 ‘질문하는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깊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기자도 주장할 뿐 묻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케빈 루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검색엔진인 챗봇AI ‘Bing’에게 “‘그림자 원형’을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Bing’의 충격적인 답은 이미 다 아실 것입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질문 수준이었습니다. 우리의 질문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한국 정치인과 언론인의 질문 수준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텐데 솔직히 말하면 암울합니다.

 

 

박성민 대표 (정치컨설팅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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