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윤 대표변호사(사진)는 검사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추심 및 강제집행'이라는 이색적인 분야를 선점했다. 그리고 여러 고객이 이해충돌 염려 없이 로펌을 찾도록 '컨플릭트 프리(Conflict-Free)' 정책을 도입하고, 실무를 거듭하며 남들이 따라잡기 힘든 전문성을 획득했다. 독특한 틈새시장, 효율적인 시스템, 독보적인 전문성을 합쳐 지금의 성과를 이룬 것이다.
"사실 법률시장에 틈새는 적지 않아요. 투자가 어렵다는 로펌만의 구조적인 특성 때문이죠. 매해 수익이 파트너들에게 모두 배당되기 때문에 R&D(연구개발)에 따로 투자하기가 어려워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가 있어도, 그것이 개발되기가 힘든 거죠."
이어 김 대표변호사는 코브레 앤 김이 성장한 과정을 설명했다.
"저는 스티븐 코브레(Steven G. Kobre) 변호사와 함께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 남부연방검찰청에서 검사로 근무했습니다. 증권사기 사건 등 화이트칼라 범죄를 주로 담당했죠. (이후) 2003년 로펌을 설립할 무렵, 미국 대형 펌들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했어요. 나는 우리 로펌만의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었죠. 처음에는 코브레 변호사의 부엌에 컴퓨터 두 대를 놓고, 고객도 없이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세계적 규모의 집행 사건을 수행하는 등 실무를 반복하며, 이 경험은 우리만의 전문성으로 축적됐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죠."
김 대표변호사는 코브레 앤 김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컨플릭트 프리'를 꼽았다.
"중량급 고정 고객을 만들면, 지속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대신 이해관계 상충의 문제로 다른 고객의 사건을 맡을 수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 형사 사건에서 고객을 위해 다른 기업의 내부 조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기업이 기존 고객이면 컨플릭트가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정 고객을 만드는 대신 '좋은 사건'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파트너들은 각자 고객 관리나 매출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펌의 사건에 집중하며 서로 협조할 수 있게 돼요. 또 고객을 두고 다른 로펌과 과도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죠."
코브레 앤 김은 2015년 8월 법무부에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인가를 받으며 한국에 상륙했다. 2016년부터 미국법자문사인 백재형(사진) 서울사무소 대표가 이끌고 있다. 백 대표는 코브레 앤 김에 합류하기 전 클리어리 가틀립(Cleary Gottlieb)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하며 국제 파산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했다. 그 후 한국사무소를 이끌며 도산과 자산 은닉 등에 관한 강제집행, 자산 회수 등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백 대표는 서울사무소의 특징을 묻는 질문에 "우리 사무실에 상주하는 미국 연방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뿐 아니라 한국 문화와 기업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다. 한국 고객 입장에서 긴박하고 예민한 사건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향후 한국의 법률시장에서 글로벌 로펌이 활약할 수 있는 분야로 '투자'와 '개인 고객'을 꼽았다.
"최근 기업 환경의 변화로 한국의 대기업이 투자자들, 특히 해외 행동주의 투자자들에게 개방되는 추세입니다. 한국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철학도 변하고 있죠. 투자자와 한국 기업 모두에게 보다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죠. 이런 시기에 로펌들의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역할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또 한국이 부유해지며 초고액 자산가의 수도 늘어남에 따라, 기업뿐 아니라 개인 고객이 해외에서 투자 관련 분쟁, 집행, 자산 몰수, 평판 문제 등을 직면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데 글로벌 로펌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