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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다큐멘터리: <글렌 굴드의 안쪽의 삶>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
2023-03-0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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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토론토 태생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는 약관 23세에 녹음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 한 장으로 단번에 스타 피아니스트 반열에 올랐다. 연주가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누구와도 다른 스타일로 연주했기에 ‘굴드베르크 변주곡’이란 신조어가 통용될 정도였다. 사실 굴드 자신이 비범하면서도 무척 기이한 인물이었다. 굉장히 낮은 의자에 앉아 구부정한 자세로 손을 거의 건반 높이와 수평으로 만드는데도 어려운 테크닉을 아무렇지도 않게 쳐내곤 했다. 추위를 많이 탄다면서 더운 날씨에도 코트를 입는가 하면 연주 직전에는 보통 사람이라면 넣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물에 손을 담그고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했다. 장갑도 자주 착용했는데 여기엔 다른 이유가 더 컸다. 악수를 청하는 사람이 많아 병균이 자신에게 옮겨올 것을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굴드는 건강에 대한 결벽증이 심했다. 그러면서 온갖 약을 과용했다. 그의 집에 가본 사람은 수많은 종류의 약이 진열대를 가득 차지한 것을 보고 질겁했다. 겨우 50세에 세상을 떠난 것도 역설적이게도 너무 많은 약을 먹은 탓이 크다고 추정된다. 레퍼토리도 특이했다. 10대 시절에 이미 감성이 넘치는 19세기 낭만주의 음악과는 담을 쌓고 바흐를 위시한 그 이전 음악에 집중했다. 그러면서도 쇤베르크로 대표되는 12음기법의 현대음악은 좋아했다. 관객은 그의 연주에 열광했지만 굴드는 관객들도 싫어했다. “집단으로서의 청중은 악의 무리처럼 행동한다”면서 점차 콘서트를 멀리하고 녹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연주 외의 다른 직업과 고정된 직장도 가졌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CBC 방송의 프로듀서였다. 그런데 프로듀서 일을 하면서도 사람과 접촉하기는 싫어했다. 언제부터인가 팝가수 페튤라 클라크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사회학적 관점에서의 대중음악과 페튤라 클라크를 조망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그러면서도 당사자를 직접 만나지 않을 정도였다. 어쨌든 클래식 애호가라면 정보량의 차이는 있을 뿐 굴드가 특이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다들 안다. 그래서 우리와는 전혀 다른 별종이었던가, 너무 천재여서 그랬든가, 뭔가 인간적인 냄새를 맡기 힘든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1993년에 나온 프랑수아 지라르 감독의 <글렌 굴드에 대한 32편의 짧은 필름>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목록에 올라있는 독창적인 영화인데, 역시 굴드의 다양한 기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내면의 천재: 글렌 굴드의 안쪽의 삶>이란 다큐멘터리가 2011년에 나왔다. 이미 굴드의 다큐 영상이 여러 편 존재했기에 뭐가 또 필요한가 싶었는데, 그간 감추어져 있었던 굴드의 사적인 비밀 하나를 드러냈다. 덕분에 굴드가 만년으로 갈수록 몸은 물론 마음까지 피폐해져갔던 이유가 풀리는 듯하고, “그 역시 천재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고독한 인간이었구나”라는 동정심이 피어오른다. 그 비밀이란 미국의 세계적인 현대작곡가 루카스 포스의 아내 코넬리아와 사랑에 빠졌던 일이다. 코넬리아는 아예 집을 나와 두 아이를 데리고 토론토에 와서 굴드와 4년(1968-1972)이나 함께 지내기도 했는데, 굴드의 기벽이 점점 심해지자 계속 돌아오라는 신호를 보낸 남편을 다시 선택했다. 인간적으로는 굴드를 좋아한 코넬리아와 두 자녀에게 고통스런 일이었고, 주변에 친구가 없는 굴드에게는 더욱 치명적인 사건이었다. 재결합한 코넬리아는 남편의 명예를 생각해 37년이나 비밀을 지키다가 2009년 포스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글렌 굴드와의 오래 전 관계를 확실하게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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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멘터리는 우리나라 음반사(아울로스 미디어)가 한글자막을 넣어 출시한 바 있는데 지금은 품절 상태이고 현재까지 재발매 계획이 없는 듯하다. 물론 아마존에서 한글 자막이 없는 DVD를 구입할 수 있다. 게다가 운 좋게도 유튜브에서 전체 영상을 찾을 수도 있다. 판매용만큼 화질이 좋지는 않지만 자막 서비스 기능을 사용하면 영어 자막이 제공되는 자료도 있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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