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분쟁은 한진칼 사태와 쟁점이 비슷하다. 결국 두 요건이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제3자에게 유상증자를 했느냐. 이 두 요건이 갖춰지면 제3자 유상증자는 무효가 된다” (기업지배구조 전문 A 변호사)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관련 다툼이 3월 초로 예정된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사건 결과로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분쟁과 닮은꼴인 과거 한진칼 분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같은 듯 다른 SM과 한진칼 분쟁 = SM 분쟁과 한진칼 분쟁 모두 행동주의 펀드가 기존 경영진에 반기를 들며 시작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진칼 분쟁은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주주행동주의 펀드 KCGI가 2018년 지분을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2020년 3월 한진칼 지분을 15% 이상 확보한 KCGI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공동 전선을 구축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법원으로 번진 배경에도 KCGI가 있었다.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KDB산업은행에 제3자 유상증자를 하자, KCGI가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SM 분쟁은 KCGI 펀드에서 갈라져 나온 주주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에서 시작됐다. SM 지분 1% 남짓을 보유한 얼라인은 지난해부터 SM에 지배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올 1월에는 SM엔터 현 경영진과 손 잡고 사외이사 확대 등의 개선안을 발표했다. 얼라인과 연합한 SM 경영진은 카카오에 대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했고, 이에 이수만 전 SM 총괄은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두 분쟁은 제3자 유상증자 대상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한진칼의 제3자 유상증자 대상인 산업은행은 사기업이 아닌 국책은행이지만, SM 사건의 제3자 유상증자 대상인 카카오는 사기업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020년 12월 KCGI-한진칼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결정(2020카합22150)에서 산업은행의 공적 기능에 주목했고 한진칼의 제3자 유상증자가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산업은행은 애초에 단순 자금제공자의 입장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제안한 것이 아니라 두 기업에 수조 원의 공적 자금을 지원해 온 정책금융기관의 지위에서 항공산업 재편 및 통합 항공사 관리·운영을 감독하기 위해 인수를 제안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 SM 가처분 쟁점은 = 이번 가처분 사건의 쟁점은 SM이 카카오에게 신주·전환사채를 발행한 목적이 무엇인지로 꼽힌다. 경영권 방어인지, 합리적 경영 판단인지에 따라 제3자 유상증자의 정당성이 달라져서다.
한진칼 분쟁에서 서울중앙지법은 “주식회사가 자본시장의 여건에 따라 필요 자금을 용이하게 조달하고, 이로써 경영 효율성 등이 강화될 수 있다고 봐 제3자 배정방식의 신주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면, 신주발행이 단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곧바로 무효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라면서 “다만, 회사가 내세우는 경영상 목적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고, 실제 회사 지배관계에 대한 영향력에 변동을 주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경우 제3자 배정방식의 신주발행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무효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 SM 경영진과 이 전 총괄 측은 신주·전환사채를 발행한 목적을 각각 ‘회사의 경영상 목적’과 ‘회사 지배관계에 대한 영향력 변동’으로 해석하며 대립하고 있다.
카카오도 지난달 24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법원에 이해관계인 의견서를 제출하며 “이 사건 신주와 전환사채 인수는 SM의 경영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카카오가 그간 추진하고자 했던 SM과의 시너지 효과 도모를 위한 전략적 제휴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 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 전 총괄을 대리하는 화우 측은 지난달 22일 이 사건 심리 당시 법원에서 “(이 전 총괄의) 대주주로서 지위를 인위적으로 박탈하기 위해 신주 등을 발행할 수밖에 없었던 걸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전략적 제휴와 긴급한 자금조달은 명목이고, 현 SM 경영진에게 우호적인 카카오의 지분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 한진칼 경영진 방어했던 화우, SM 분쟁에선 경영진 공격수로 = 화우는 과거 한진칼 측을 대리해 가처분 기각 결정을 이끌어 내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당시 화우는 ‘산업은행으로의 제3자 유상증자가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를 위한 목적이 아니며 한진칼이 산은을 주요 주주로 확보해 향후 항공사 통합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번 SM 분쟁에서 화우는 경영진 방어가 아닌 공격에 나서는 입장이 됐다. SM 대주주였던 이 전 총괄 측에 서서 SM 현 경영진이 카카오에 제3자 유상증자가 위법함을 증명하게 됐다. 한진칼 가처분 사건을 승소로 이끌었던 유승룡(59·사법연수원 22기) 화우 대표변호사가 SM 분쟁 건도 이끌고 있다.
홍윤지·임현경 기자 hyj·hy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