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법원 전자소송시스템 개편 작업이 지연되며 전국 법원의 민사 재판 진행과 법관 재판 지원 시스템 등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사건 당사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일부 변호사들은 오늘이 마지막인 상소기한 등 불변기일을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법원에 종이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사건 기록 내려받기가 안 돼 업무를 일시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
◇ 불변기일 맞추려고 종이서류 법원에 제출 = 이날 법원 전자소송시스템이 중단되면서 전자 서류 제출과 기록 내려받기 등이 어려워지자 변호사들도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2일(당일)이 불변기일인 사건의 경우 전자시스템을 통한 상소장 제출이 어려워지자 변호사들과 법률사무소 직원들이 종이 서류를 직접 법원에 제출하는 사례도 포착됐다.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전자소송 시스템 복구가 지연되면서 법원 사이트를 통해 항소장 제출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늘이 불변기간 마지막 날인 사건들은 직원과 변호사들이 급하게 종이 서류를 마련해 직접 법원에 제출해야 했는데, 법원으로부터 따로 공지받은 사항도 없어 당황스럽지만 기일을 맞춰야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내 법원에 오늘까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수도권 외 지역에 거주하는 소송 당사자들은 갑자기 전자 서류 제출이 안 돼 큰 불편을 겪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변호사들은 법원 시스템을 통해 서면 작성을 위한 사건 기록을 내려받지 못해 업무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다음주로 예정된 변론기일의 서면을 준비하기 위해 기록을 다운받아야 하는데 법원 전산시스템이 멈추며 다운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급한 서류 작성 업무인데 중단돼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 법원 전산시스템 중단 사고 발생 = 수원·부산회생법원 개원에 따른 법원 전산시스템 개편 작업이 시스템 오류와 방대한 데이터 이관 등으로 지연되면서 2일 전국 법원에서 재판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초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은 수원·부산회생법원 개원에 따른 데이터 이관을 위해 2월 28일 오후 8시부터 3월 1일 오전 4시까지 법원 전산시스템 개편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진행 중인 회생파산 사건과 이미 완료 및 보존된 사건 등 79만3744건 가운데 약 7억7000만 건에 달하는 방대한 데이터량 탓에 예정된 시간 내에 이관 작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일부 시스템에선 작업 진행 과정에서 오류도 발생했는데, (작업했어야 할) 데이터 약 7억7000만 건이 2017년 3월 서울회생법원 개원 당시보다 약 3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법원에선 재판사무시스템, 법관통합재판지원시스템 등이 중단되며 재판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형사재판은 재판사무시스템을 통해 경찰, 검찰, 법무부와 사건 정보를 교환하고, 민사·가사·행정 등 다른 분야의 전산처리도 이 시스템 등을 통해 이뤄진다.
서울중앙지법 등 일선 법원 재판부 일부에선 전자기록 열람이나 전자문서 제출 등이 불가능해져 재판을 추후지정으로 연기하는 등 불편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산시스템 장애 발생 직후 대법원 관계자는 "작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시스템 오류와 방대한 데이터량으로 예정 시간 안에 작업을 완료하지 못했다"며 "재판사무시스템, 법관통합재판지원시스템 등 내부 업무시스템과 전자소송 홈페이지 등 외부시스템의 서비스를 2일 오후 1시까지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산 시스템은 이날 오후 4시가 지나도록 완전히 복구되지 못했다.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 민사합의재판부 재판에선 원고 측 대리인이 "전산으로 서면등록이 전혀 되지 않는다"며 재판부에 직접 하드카피본으로 된 서면을 제출하는 상황도 있었다.
◇ 법원행정처장, 대국민 사과 = 법원 전산시스템 중단 상황에 대해 법원행정처장는 즉각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상환(57·사법연수원 20기) 법원행정처장은 2일 오후 2시 '재판사무 및 전자소송시스템 중단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처장은 "데이터 이관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프로그램적인 오류 등으로 인해 목표 시간까지 이관 작업을 완료하지 못하게 됐다"며 "전체 데이터량 7억7000만 건 중 6억4000만 건을 이관 완료했고 17% 정도가 이관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관 작업을 중지하고 이관 작업을 위해 중단했던 재판사무 및 전자소송시스템을 재가동하는 작업을 수행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데이터에 인덱스를 추가하는 작업이 계속 지체돼 오늘(2일) 중에는 재판사무 및 전자소송시스템의 정상적인 사용이 어렵게 됐다"며 "현재 중단된 재판사무 및 전자소송시스템의 정상적인 복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나, 재판사무 및 전자소송시스템을 이용하는 국민 여러분들께 큰 불편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홍윤지·이용경 기자 hyj·y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