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윤활유'라고 광고한 SK 엔무브(전 SK 루브리컨츠) 엔진오일 제품에 한 환경단체가 딴지를 걸었다. SK는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나오는 탄소배출량만큼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탄소중립 제품이라고 홍보했지만, 이 단체는 근본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고 배출량도 정확히 알리지 않은 '과장광고'라고 지적했다. 결국 SK 엔무브는 환경부에서 향후 용어 사용에 유의하라는 행정지도를 받았다. 기업 제품이 친환경인 양 소비자를 속이는 '그린워싱' 광고에 대한 정부의 첫 제재였다.
법률신문은 이같은 제재를 끌어낸 사단법인 기후솔루션(대표 김주진)의 리걸팀을 지난달 2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났다.
기후솔루션은 지구평균기온상승을 1.5도로 제한한다는 비전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려고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리걸팀 구성원은 하지현(35·변호사시험 5회) 팀장을 중심으로, 임두리(40·변시 2회)·김현지(35·변시 6회)·김건영(29·변시 11회)·박주영(29·변시 11회) 변호사와 이관행 외국변호사(미국 캘리포니아주) 6명이다.
"과거에는 기후소송을 시선끌기용 전략소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소송이 구체적인 변화를 실제로 끌어내고 있습니다."
팀장인 하지현 변호사는 최근 기후소송이 제도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환경부는 올 상반기에 환경성 표시·광고 규정 위반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환경기술산업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제품이 친환경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는 그린 워싱 광고를 막기 위해서다.
하 변호사는 "한국은 (기업의 그린워싱 광고) 규제가 시작 단계에 있지만,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해외에서는 화석연료 기업의 광고를 아예 금지하기도 한다"며 "네덜란드 광고 법제에서 '탄소중립'처럼 단언적인 표현을 하려면 탄소배출을 상쇄하는 효과가 100%에 가깝다는 고도의 입증을 해야 한다. SK와 비슷한 방식으로 탄소중립 휘발유를 홍보한 정유기업 로열더치셸은 광고 중단 명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주영 변호사는 "(그린워싱 광고는) 진심으로 친환경 제품을 만들려는 기업의 의지를 꺾는다는 점에서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걸팀은 주주제안을 통한 기후 대응 시도도 하고 있다.
이관행 외국변호사는 "최근 주주관여 TF를 만들어 환경 관련 주주제안 세미나도 준비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기업이 환경에 투자하는 것이 투자자에게도 좋다는 것을 알리려고 한다. 우선은 국내 투자자들보다 해외 기관 투자자들 위주로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기후소송을 제기하는 데 드는 어려움으로 무엇보다 '원고적격'을 꼽았다. 그는 "선진국 가운데 환경단체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 이라며 "해외의 경우 시민단체에도 일부 원고적격을 인정하는 법제나 협약을 채택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도 이를 참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건영 변호사는 "기후 문제는 다른 소송보다 권리의 주체가 폭넓다"며 "그린워싱의 경우, 모든 소비자의 권리와 관련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리걸팀의 계획을 묻자 하 변호사는 "단기적으로 이기는 기후소송을 여러 차례 하고 싶다"며 "기후소송이 자주 보이고, 들리게 만들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공동체가 갑작스러운 충격을 맞지 않도록 법률지식으로 힘을 보태고 싶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