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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 범죄 수익 추징 왜 못했나… 삼성 자회사 세메스 기술유출 사건 1심 분석
박선정 기자
2023-03-09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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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 사건에서 유출 행위가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이 무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피해회사로부터 다양한 기술을 빼돌려 제품을 복제하는 산업기술 유출 사례에서 국가핵심기술 등으로 지정된 산업기술과 그렇지 않은 기술이 섞였다면 범죄수익을 특정하기 어려워 추징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에서 기술유출 사건이 벌어지면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영업비밀 유출 등으로 인한 부정경쟁방지법위반, 업무상배임 등의 혐의가 함께 문제된다. 해외로 유출되면 국가의 안전보장과 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국가핵심기술 등을 유출한 경우에 적용되는 산업기술보호법을 위반한 사건에서 범죄수익은 ‘필요적 추징’의 대상이지만 부정경쟁방지법위반 사건은 ‘임의적 추징’이라 판사의 재량에 따라 추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있다. 필요적 추징 대상과 임의적 추징 대상이 혼재한 경우가 문제다. 이런 경우 필요적 추징 대상 범죄에 따른 범죄 수익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추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나오기도 한다.

 

최근 수원지법에서도 국가핵심기술과 첨단기술을 조직적으로 유출해 710억대 이익을 취한 혐의로 기소된 일당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도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추징하지 않은 판결이 나와 검찰이 항소했다.

 

수원지법 형사 15부(부장판사 이정재)는 2월 20일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 세정 장비의 기술 유출을 주도한 A 씨에게 징역 4년을, A 씨와 함께 기술 유출 범행에 가담한 세메스 협력사 직원 B 씨 등 6명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하고, 그 중 가담 정도가 경미한 세메스 전 직원 C 씨 등 2명에게는 집행유예 3년에 사회봉사 80시간 이수를 명했다. A 씨가 2019년 설립한 법인에는 벌금 10억 원을 내라고 명령했지만, 별도의 추징은 선고되지 않았다.

 

법원은 제품의 여러 부품과 도면이 유출되면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 기소 전 584억 원의 추징보전을 결정했지만, 1심 재판부는 보전된 범죄 수익 중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 수익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출 기술 중 일부는 첨단기술,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되지만 일부는 그 산업기술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반도체 세정 및 초임계 건조 기술 등 제품의 핵심을 구성하는 부분이 아닌, 세정장비를 이송하는 로봇이나 세정장비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기회로장치 등 부수적인 기술은 세메스의 영업 비밀에만 해당한다”고 봤다.

 

검찰은 재판부가 산업기술성을 좁게 해석했다며 항소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반도체 세정장비를 구성하는 여러 기술들은 따로 떼어내서 생각할 수 없다. 전기장치, 이송장치 등 모든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서 세정 장비를 이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입법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허정현 단국대학교 산업보안전문인력양성사업단 연구원은 “기술의 가치를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독립기구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허 연구원은 “현재도 재판 과정에서 감정이 가능하지만 이는 임의적 절차이며 자문을 구하는 정도”라며 “독립 기구의 의견을 재판부가 필수적으로 참작하도록 하는 방안 등 입법적 논의를 통해 명확한 기술 가치 산정 및 반영 기준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특허침해나 직무발명 보상금 소송에서 전체 제품 중에서 어떤 기술이 해당 특허발명의 가치에 기여한 정도를 법원이 판단하는데, 추징도 기술의 가치 기여도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법적인 노력은 있어야 법원이 심리할 단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선정·정준휘·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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