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을 쓰는 지금 시간은 3월 10일 새벽 1시입니다. 1년 전 이 시간은 온 국민이 잠 못 들고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을 겁니다. 저도 KBS 개표 방송 패널로 새벽 4시까지 긴장 속에서 지켜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출구조사 결과는 이재명 47.8%, 윤석열 48.4%로 겨우 0.6% 차 초박빙이었습니다. 저도 정말 놀랐습니다. 2~3% 차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거든요. 최종 개표 결과는 윤석열 48.56%, 이재명 47.83%로 0.73% 차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대통령이 되더니 1년 만에 국민의힘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윤석열 대통령에 의한, 윤석열 대통령의’ 전당대회였습니다. 누가 대통령실을 끌어들인 것이 아닙니다. 김기현 대표의 전략 캠프는 사실상 대통령실이었습니다. 결과는 ‘윤심’의 완벽한 승리입니다.
장제원 의원의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다”이란 말 중 적어도 ‘윤심이 당심’은 증명했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당심이 민심’도 증명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에 버금가는 ‘정치적 승부사’의 자질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오만과 오기로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문재인 대통령의 길을 따라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검찰총장에 발탁된 후,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승승장구 하고 있어 기세를 막을 자가 없는 듯 보입니다. 검찰총장을 사퇴하고 전격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통령이 된 후, 이준석 대표를 내쫓고 김기현 대표를 만드는 과정은 예상을 넘어서는 정도가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이제껏 보았던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유형의 정치인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윤석열식 정치 성적표는 총선에서 판가름 날 겁니다. 승리한다면 정치적 성공으로 가는 새로운 ‘윤석열 루트’를 개척한 정치인으로 기록될 테지만, 패배한다면 실패한 정치인들이 갔던 루트를 무모하게 따라갔던 정치인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담대하거나 무모하거나 둘 증 하나겠지요.
윤석열을 ‘마지못해 찍은’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두 가지가 다르기를 기대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을 모두 뒤집어라”와 “문재인 대통령 같은 정치적 태도는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정책은 정권 교체를 지지했던 분들의 뜻대로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치적 태도입니다. 이건 문재인 대통령과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더 나쁘다는 것이 (마지못해 찍은) ‘중도층’의 생각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큰크리트 지지층’ 40%만 바라보다 ‘콘크리트 비토층’ 50~55%를 만든 결과 5년 만에 정권을 내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콘크리트 지지층’ 35%만 바라보다 ‘콘크리트 비토층’ 55~60%를 만들고 있습니다. ‘중도층’은 60% 이상이 비토층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위험한 신호입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정권 교체에 힘을 합친 사람들까지 ‘적’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이건 정말 위험합니다. 정치는 ‘한 가지만 같아도 동지’로 보는 사람의 영역입니다. ‘하나만 달라도 적’으로 보는 사람은 정치에 맞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연설문에서
“ … 저는 지난 6월 정치 참여 선언에서 10가지 중 9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라는 한 가지 생각만 같으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100가지 중에 99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의 뜻 하나만 같다면 모두 힘을 합쳐야 합니다. … 당의 혁신으로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지지기반을 확장해서 이들을 대통령 선거 승리의 핵심 주역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99가지가 같아도 하나만 다르면 적’으로 몰아붙입니다. 단일화를 했던 안철수마저 ‘적’으로 규정하면서 승리공식인 ‘보수·중도연합’을 스스로 해체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윤석열 대통령 뜻대로 모든 것이 다 됐습니다. ‘친윤’ 일색의 ‘윤석열당’도 만들었습니다 사실상 국민의힘 총재로 당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러분은 대통령 후보 연설문의 생각과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 어느 쪽이 총선 승리에 도움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박성민 대표 (정치컨설팅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