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 수사검사의 이름과 연락처 공개를 법제화하는 등의 ‘검수완박’ 시즌 2에 들어서려다가 여론이 나쁘고 실효성도 별로라고 느꼈는지 최근에는 특검법안 통과에 치중하는 것 같다. ‘검수완박’ 시즌 2의 내용은 대부분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그중에서 ‘검사에 대한 제척·기피’ 도입이 눈길을 끈다.
기존 판례를 보자. 검사 2명과 수사관들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재벌그룹 본사에 도착하였으나 이를 막으려는 경비직원들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등 폭행을 당하게 되어 검사가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현행범체포를 하고, 그들을 상대로 수사하여 기소까지 하였다. 피고인들은 영장집행과정에서 피해를 당한 검사들이 수사에 관여하였기에 검사가 작성한 진술조서 등의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범죄의 피해자인 검사가 그 사건의 수사에 관여하거나 영장집행에 참여한 검사가 다시 수사에 관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수사가 위법하다거나 그에 따른 참고인이나 피의자의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형사소송법에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판사에 대한 제척·기피·회피제도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를 법원직원뿐만 아니라 통역인과 전문심리위원 등에게도 준용하고 있다. 그런데 왜 검사에게는 인정하지 않나. 검사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의해 특정한 검사를 직무집행에서 배제하는 것이 의미가 없고, 검사는 공판절차에서 피고인과 대립하는 당사자의 지위에 있다는 것이 주요 논거이고, 현실적으로는 명문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검사에 대한 제척·기피 제도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수사의 공정을 위한 획기적인 발전이며,
검사들 스스로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분명한 계기가 될 것이다.
위 판례에서와 같이 검사가 자신을 때린 가해자를 상대로 신문을 하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아무리 검사동일체 원칙을 부르짖어도 검사에 따라서 수사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현실아닌가. 대장동사건 등에서도 수사검사가 교체되니 결국 수사내용이 바뀌었다. 야당이 특검법안을 발의하는 이유도 현재의 수사검사에 대한 불신 때문이 아닌가. 구체적인 사건에서 검사에 대한 제척·기피제도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수사의 공정을 위한 획기적인 발전이며, 검사들 스스로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분명한 계기가 될 것이다. 수사방해나 장기화를 우려하겠지만 ‘수사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한 경우’에는 기피신청을 받은 판사가 직접 기각할 수 있는 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가 있으며, 새로 생기는 문제점도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미 검찰사건사무규칙 등에 ‘검사와 검찰청 직원의 회피’규정을 두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검찰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며, 회피할 수 있는 규정만 두고 제척이나 대립하는 상대방에게 기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너무 권위적이다. 국민의 신뢰를 더욱 얻기 위해서도 검찰 스스로 과감하게 제척·기피제도 도입을 찬성하면 얼마나 좋을까. ‘검찰공화국’이란 비난을 받는 와중에 “저 검사, 싫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게 되면 얼마나 멋지겠나.
이창현 교수(한국외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