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의 핵심 관계자 4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창원 등 경남지역을 거점으로 조직을 꾸려 활동하며 해외에서 북한공작원과 접선해 공작금과 지령을 받고 국내정세 등을 보고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15일 '자통' 총책 황모 씨 등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등, 자진지원·금품수수, 편의제공 등) 및 범죄단체활동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황 씨는 2016년부터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지에서 북한 노동당 문화교류국 공작원과 접선했다. 2019년에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공작금 7000달러를 수수하고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 경남 서부지역 책임자인 여성 정모 씨도 이때 동행했다. 이들은 김정은 충성결의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경남 동부지역 책임자인 성모 씨와 서울지역 책임자인 김모 씨도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했다. 황씨 등 4명은 서로 수차례 만나 북한의 지령과 활동 방안 등을 논의하고 북한의 지령문을 수신하며 보고문을 발송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북한이 자통에 △노동자대회·시민단체 연대·촛불집회 등을 활용한 정권퇴진·반미운동 △ 유튜브·SNS상 유언비어 유포,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활용한 여론전 △국내 선거일정과 정치상황을 반영한 반정부 투쟁 △노동자·농민·학생 단체에 침투해 조직원 포섭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여론분열을 조장하는 선전활동 등 한국 내부 정세에 따른 구체적인 투쟁방법이 담긴 지령을 지속적으로 하달했다고 봤다.
자통은 이 지령에 따라 '반미·반보수'관련 집회에 참가하고 카드 뉴스 등을 제작·배포했으며, 농민·학생 관련 각종 시민단체 또는 노동조합에 침투해 조직원 포섭과 의식화 활동을 수행하고 이를 북한에 보고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뿐 아니라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활동) 혐의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구성죄가 아닌 범죄단체활동죄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 "이적단체구성죄는 구성, 가입을 처벌하는데 범죄단체활동죄는 활동도 처벌한다. 오래 전에 조직을 결성한 것으로 보여 공소시효를 고려해 범죄단체활동죄로 기소했다"고 했다.
검찰이 확보한 자통의 규약에는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지도사상으로 하는 김일성-김정일 주의 조직이며 조직 내 유일 사상체계를 확고히 세운다",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사상과 주체혁명위업을 계승하신 김정은 원수님을 우리 혁명의 수령으로 높이 받들고 원수님의 유일적 영도를 무조건 절대적으로 관철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자통을 '김일성·김정일 주의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고 김정은의 영도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 완수를 목표로 비밀리에 활동하는 범죄집단'이라고 규정했다.
자통은 보안을 위해 합법적 시민단체를 외곽기구로 삼았고, 총책 황씨를 정점으로 '단선연계 복선포치(하부 조직원끼리는 서로를 모르게 하고 상하 조직원만 일대일로 접촉하는 방식)'원리로 운영됐다.
지령문을 받고 보고문을 올리는데에는 '스테가노그라피' 프로그램이 동원됐다. 전달하려는 기밀 정보를 이미지 파일 등에 암호화해 숨기는 기법으로 2011년 왕재산 간첩사건 등에서 이용됐다. 자통은 암호화한 문서를 외국계 클라우드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북한과 연락했다.
국가정보원은 2016년부터 이들의 행위를 감지하고 내사에 착수해 채증했다.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해 11월 이들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올해 2월 구속수사해 지난달 17일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의 피의자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이 구인조사에 완강히 저항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피의자 진술 없이도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물리력을 동원하는 구인은 하지 않고 기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인조사에) 피의자들이 단식까지 감행하는 등 완강히 저항을 했고, 이런 상황하에서 물리력을 동원한 구인집행 시 자해나 신체훼손 등이 우려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