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쫄깃한 면발이 인기이다. 쫄깃함의 비결을 주방장 솜씨나 밀가루 품질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밀가루의 글루텐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쫀득한 빵과 케이크도 마찬가지이다.
이 현상은 당초 CD 환자에 대한 실험에서 관찰되었는데 나중에 CD 아닌 사람에서도 확인되었다(2006 논문). 다만 일반인은 조눌린 분비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글리아딘이 사라지면 30분 후 조눌린 분비가 멈춘다. CD 환자가 아니더라도 글리아딘에 노출되면 장 투과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과민대장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뚫린 장벽으로 균, 독소, 이물질이 침투하면 자가면역 반응이나 만성염증이 생길 수 있다. 이와 연관된 질환은 각종 염증성 질환, 비만, 당뇨, 대사증후군, 지방간, 알레르기, 아토피, 일부 암 등 다양하다(2005, 2016 논문 등). 또한 침투한 항원이 신경이나 뇌혈관장벽을 손상하면 두통, 기억 장애, 치매, 다발성경화증, 자폐스펙트럼장애, 조현병, 뇌전증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2012, 2016 논문 등).
이런 증상이 글루텐으로 발생하고 융모 손상 없다면 비셀리악 글루텐 과민증으로 분류된다. 아직 진단을 위한 생체지표나 발병 메커니즘은 확립되지 않았지만 GFD로 전환할 때 증상이 사라지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2015 논문). 이런 환자들은 글리아딘 항체를 가지고 있고 조눌린 분비의 강도가 CD 환자와 비슷하다(2015 논문).
밀가루 음식을 즐겨 먹으면 글리아딘으로 뚫린 장벽이 회복되기 전에 독소, 이물질 등이 침투해 온 몸에서 자가면역 반응과 만성염증을 일으킬 수 있고, 관련 질환이 생길 수 있다(2016 논문).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글루텐의 위험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GFD로 전환하면 음식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아지고, 밀 대신 쌀, 감자, 옥수수 같은 탄수화물을 많이 먹게 되어 당뇨 위험이 높아진다. 쫄깃한 면발을 완전히 끊는 것보다는 가끔 별미로 먹는 것이 괜찮을 것 같다.
고승덕 변호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