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처분을 당한 A 씨는 행정청에 이의신청을 했는데, 반년 만에야 이를 기각한다는 늑장 통보를 받았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 불이익을 입게 됐다. B 씨는 부친이 해외 군복무 중 부상으로 사망한 사실을 알고 정부에 혜택을 신청을 했지만 증빙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거부처분을 받았다. 뒤늦게 증인을 찾았지만 재심신청은 불가능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C씨는 영업정지처분 통지서를 받고 황당했다. 6년 전 법령위반이 사유여서다. 기억조차 가물가물 했다. A·B·C는 새 제도와 비교하기 위한 가상사례다.
행정법의 기본 법원칙을 헌정사상 처음으로 성문화한 행정기본법은 2년 전인 2021년 3월 23일 시행됐다. 일반원칙을 통일법에 명문화하는 방식으로 행정 관련 공통적 규범을 확립해 세계적인 모범 입법사례로 꼽혔다. 24일부터는 그동안 유예됐던 행정기본법상 3대 국민 권리구제 제도가 시행된다. 당사자 이의신청, 취소·철회·변경 신청을 통한 재심사, 제재처분의 5년 제척기간 등을 모든 행정처분에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제도다.
A 씨는 행정기본법 제36조를 근거로 기각 통지 90일 내에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이 조항은 개별 법률에 규정이 없더라도 처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행정청 처분에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고도 명시하고 있다.
B 씨는 행정기본법 제37조를 근거로 재심신청을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처분 재심사 제도가 없다. 앞으로는 제소기간이 지난 뒤에도 처분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나 법률관계가 변경된 경우,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경우 등 요건을 충족하면 재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새로운 유형의 권익보호수단이 도입된 것이다.
C 씨에게는 행정기본법 제23조가 적용된다. 이 법에 따라 24일부터는 행정처분에 일종의 공소시효가 도입된다. 법령위반 행위가 종료된 지 5년이 지나면 행정청이 제재처분을 할 수 없다. 다만 모든 제재처분이 제척기간의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인허가의 정지·취소·철회, 등록 말소, 영업소 폐쇄와 정지를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 등 6가지로 한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