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의 생소하고 어려운 일부 표현들을 쉽게 바꾸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1958년 제정 당시 쓰이던 어려운 한자어, 일본식 표현과 같이 현재 사용되지 않거나 어색한 용어들이 민법에 많아 일반 국민의 이해가 어렵다는 법조 안팎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5일, 같은 당 어기구 의원은 16일 ‘민법 일부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들 개정안은 민법 제229조1항·제239조·제244조1항의 ‘구거(溝渠)’를 ‘도랑’으로 바꾸는 것과 제233조의 ‘몽리자(蒙利者)’를 ‘이용자’로, 제235조·제239조의 ‘상린자(相隣者)’를 ‘서로 이웃하는 자’로 고치는 것 등을 담고 있다.
해당 용어들은 법률신문 기획보도에서 지적됐고, ‘2023년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제시된 핵심 추진과제 중 개정이 필요한 예시로 꼽히기도 했던 것들이다. 법무부는 지난 1월 26일 정부 업무보고에서 “제정 이후 65년간 변화된 시대양상을 민법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3차 민법 개정위원회를 올해 상반기내로 꾸려 시대 변화에 맞는 민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어기구 의원실 관계자는 “구거, 몽리자와 같은 것들은 생소한 표현이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속해 있다보니 이 부분 민법 개정의 필요성을 알게 됐다”며 “(개정안을 준비하며) 법률신문의 관련 보도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일부 민법개정안이 발의되고 있지만 정부가 민법 개정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접근해 개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부 용어 외에도 오자와 비문 등 수정이 필요한 것들이 민법 곳곳에 산적해 있어 전면 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 법조 고위 관계자는 “과거 민법 개정안 논의의 토대 위에서 방향성을 갖고 1~2년 함께 논의해서 개정이 필요한 부분들을 짚어내서 종합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며 “그 방식이 한번에 개정하는 것일지 순차적으로 개정하는 방법일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법의 비문》 저자인 김세중 전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장은 “오자나 비문 같은 민법전의 오류를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며 정부와 국회는 (전면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생소하고 어려운 용어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민법 개정안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원림(65·사법연수원 17기)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구거’등과 같이 생소하고 난해한 한자어의 한글화는 당연히 필요하다”면서도 “법률용어의 변경은 신중해야 한다. 이미 정착된 용어를 바꾸는 것은 곤란하다. 문제는 법률의 내용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고 전문적인 영역에 속한다는 점에 있고 단순히 한글화가 되지 않은 탓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