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5세 이상의 직원에게 특별한 사유 없이 당직을 면제해 주는 것은 일부 직원을 우대해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위원장 직무대행 이충상 상임인권위원)는 21일 서울 소재의 한 연구소가 만 55세 이상의 직원에 대해서 당직을 면제해주는 것이 합리적 이유 없이 일부 직원을 우대하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에 해당한다고 재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소는 2021년 4월부터 당직 업무를 기존 사무실 대기 방식에서 재택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만 55세부터 59세의 직원들에게는 당직을 면제해왔다. 이 연구소의 또다른 직원인 A 씨는 이러한 면제 행위는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면서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연구소 측은 연구소에 재직하는 모든 직원이 향후 55세가 되면 당직을 면제받기 때문에 차별이 아니며, 당직 면제 범위에 관한 기관의 재량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앞서 이 같은 A씨의 진정을 기각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하고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인권위 행심위는 차별시정위의 기각 결정을 취소하면서, 연구소 당직 근무의 강도나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55세 이상의 직원에게 숙직을 면제해 줄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봤다.
인권위 행심위는 “야간에 위 연구소에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재택 숙직 직원보다 전문 경비업체가 먼저 현장에 출동해서 필요한 조치를 하고 난 뒤에 재택 숙직 직원에게 연락하며, 근무 강도도 높은 편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체력으로 당직근무를 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 55세 미만의 여성 직원에게 숙직을 맡기고 있는 점 등에 비춰 55세 이상의 직원에게 숙직을 맡기지 않을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일부 직원을 우대하는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는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미래에 55세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가지고 현재 차별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나아가 인권위 행심위는 정년이 60세인 이 연구소에서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 55~59세의 직원들을 당직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당직 이외의 업무 영역에서 고령 직원들을 차별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퇴직 직전 1년 안팎의 당직 면제를 해줄 기관 재량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충상 행심위원장 직무대행은 “한국에서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건강상의 문제 등 별다른 이유가 없음에도 단순히 특정 나이 이상이 됐다고 해서 일부 업무에서 면제해 주거나 배제하는 것은 고령자 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