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재현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의 2022년 연봉이 밝혀진 가운데, 재벌가 오너들의 보수를 공개하게 한 자본시장법 개정 배경이 다시 주목받는다. 2016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베일에 쌓였던 총수 등 미등기임원의 보수를 공시하도록 해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새 논의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대기업에서 사실상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총수의 적정 보수 수준은 얼마인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진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주요 총수들의 지난해 연봉이 공개됐다. 최근 각 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재계 총수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이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이 회장은 CJ 지주사, CJ제일제당, CJ ENM 등에서 총 221억 36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전년 대비 1.3%(2억 7500만 원) 증가했다. 다음으로 많은 연봉을 받은 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파악됐다. 정 회장의 연봉은 전년 대비 18억5천만원 늘어난 106억 2600만 원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94억 7800만 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다음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92억 3600만 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90억 원), 허태수 GS그룹 회장(67억 1600만 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64억 8100만 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51억 8000만 원), 이해욱 DL그룹 회장(48억 100만 원),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46억 8400만 원) 등의 순으로 연봉이 높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6년 째 무보수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지주회사로부터 보수로 35억 원을 받았다. SK하이닉스에서도 보수를 받지만 개인별 지급액 상위 5명에 들지 않아 연봉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25억 9000만 원,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은 11억 1487만 원,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6억 26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재벌 총수들의 연봉 공개는 자본시장법의 개정 연혁과 궤를 같이 한다. 2013년 이전에는 기업 임원들의 보수가 공개되지 않았다. 2013년 5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며 5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들의 보수가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재계 총수들이 미등기이사로 자리를 옮기며 보수 공개 제도를 피해가는 사례가 늘어났고, 오너 등 중요 경영진의 보수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 같은 논의를 반영해 2016년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보수 총액 기준 상위 5위까지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시행됐다. 이때부터 고액 연봉을 받는 재벌 총수들의 보수가 공개되기 시작했다. 기업 정보가 공개되고 불필요한 비판을 야기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기업지배구조를 파악하게 하고 임원 보수의 적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논의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재벌 총수 보수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할 정도로 실적이 부진하고 주주에 대한 이익 환원이 원활하지 않은데, 경영진이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것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일례로 CJ ENM은 지난해 실적 악화로 올해 초 조직을 개편하는 등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인력 감소가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내부에서부터 나왔다. CJ ENM은 인위적인 인력 감축 계획은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ESG 분야의 전문가인 최수빈(39·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는 “주식회사의 목적은 주주에 대한 이익 환원에 있다. 주주 배당이 원활하지 않은 등 실적 지표가 좋지 않으면서 임원의 보수를 올리는 것은 ESG의 측면에서 적정하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