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문제, 동물권, 기후변화 등 새롭게 대두된 사회 문제에 집중하는 변호사단체들이 등장하는 배경에는 로스쿨 제도 도입 후 변호사업계에 다양한 관심사를 지닌 변호사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자연스레 단체나 모임 설립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단체들이 특정 정치 성향을 강조하지 않는 데에는 청년 세대들이 진보·보수 등 뚜렷한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고 사안마다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특성을 보인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10년대에 들어 공익 소송과 입법 제안,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새로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변호사단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동물권 보호 활동을 위해 2014년 설립된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변호사가 주도해 2016년 만든 ‘기후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이달 21일에는 2040 청년 세대가 겪는 불합리와 고충을 입법을 통해 해결하려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새변)’이 출범했다.
특정 사회 의제와 이슈에 관심을 둔 변호사단체나 모임이 등장하는 배경에는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변호사 숫자가 대폭 늘어난 현상이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위기, 동물 복지 등 다양한 사회적 관심사에 관심을 지닌 변호사들의 숫자도 그만큼 늘었다는 것이다.
김학자(56·사법연수원 26기) 한국여성변호사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변호사들의 숫자가 많아진 만큼 변호사 개개인들의 관심사도 다양해졌을 것”이라며 “기성 변호사들이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소외된 분야와 사안에 목소리를 내고 차별화된 역할을 하고자 하는 청년 변호사들의 수요가 단체 결성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원혁(38·변호사시험 9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이 주목 받으며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며 “변호사 직역에서도 동물권, 기후변화 등 기존에 다뤄지지 않았던 다양한 권익과 이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단체들이 특정 정치 이념을 지향하지 않고 환경, 동물권, 청년의 삶 등 세부적 의제에 집중하는 경향은 최근 청년 세대가 뚜렷한 정치적 성향을 고수하기보다 삶과 직결된 생활형 이슈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정치사회적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로펌을 운영하는 한 중견 변호사는 “’정치의 생활화’가 아니라, 청년의 생활과 새로운 관심사를 정치에 반영해야 한다는 ‘생활의 정치화’에 대한 청년들의 요구가 높아진 것”이라며 “최근 청년들이 결성한 MZ 노동조합은 기성 노조와 결을 달리하며 청년 노동자의 이슈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대학 학생회들도 정치적 활동보다는 학생들의 생활에 집중하려는 집행부로 꾸려지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새변 등 청년 변호사단체가 입법 제안을 주된 활동 분야로 삼은 것은 최근 입법이 변호사의 새로운 업무와 역할로 떠오른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최원혁 변호사는 “기존 법을 해석, 적용하는 분야에서 나아가 법을 만드는 분야로의 새로운 변호사 업무가 확장되고 있듯이, 청년 세대의 권익을 대변하고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 입법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라며 “기성세대가 생각한 청년이 아니라, 직접 청년 변호사들이 단체를 결성해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타성을 환기하고, 직역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