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한국외대 로스쿨 재학생을 대상으로 특별 강의에 나섰다. 김 처장은 이날 법률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기능적 법률가가 아닌 좋은 법률가가 돼야 한다”며 “법서에만 몰두하지 말고 다방면으로 광범위하게 사고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처장은 30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로스쿨에서 ‘법의 지배와 공수처 제도’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에는 로스쿨 재학생 80여명이 참석했다. 그는 법과 권리란 무엇인지, 한국 형사사법제도의 발전 양상, 공수처 제도, 법률가와 인공지능 등에 대해 강연했다.
공수처의 역사, 의의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라는 특정한 대상의 권력 범죄, 재산 범죄 등을 전문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탄생했다고 운을 뗐다. 김 처장은 “한 때 공수처의 존재가 권력분립의 위반이라는 위헌 시비도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국가 권력을 행정, 입법, 사법으로 나눈 고전적 3권 분립의 의미가 약화되고, 통치권을 행사하는 권한과 기능들이 분산, 상호 조화를 이루는 기능적 권력분립이 중요해졌다’며 공수처의 존재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수처의 검찰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수처의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김 처장은 “현재 우리나라 검사는 약 2300명이며, 검찰 수사관은 그의 세 배다. 15만 규모 경찰 중 수사 경찰이 3만 5천명이다. 그에 비해 공수처 검사는 23명에 불과하다. 검찰 숫자의 100분의 1 수준인 것”이라며 “공수처는 기본적으로 검·경과 수사협력 잘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 소규모로 설계됐다. 하지만 갈등과 충돌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보다 두 배, 세 배 큰 규모로 만들어졌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김 처장은 그러면서도 공수처가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23명의 공수처 검사 중 여러 사람이 들고 나면서 조직이 점차 바뀌고 있다. 수사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부장검사들의 특수수사, 혹은 공수처의 수사 분야에 경험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공수처가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제도가 크게 변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자리잡고 역할을 다해서 한국의 형사사법 정의를 구현한다면 일생을 걸만한 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달하는 상황에서 미래의 법률가들은 변화하는 법률 시장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사회에 나온 뒤에는 AI와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며 “인간 법률가로서 비판하는 능력, 옳고 그름을 따지는 능력, 논증 능력,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것들은 법에 있지 않다. 광범위하게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지금부터 법률가답게 말하고 사고하는 법, 논리의 이유와 근거를 따지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끝으로 학생들에게 ‘기능적 법률가’보다는 ‘좋은 법률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세기 미국에서 노예 해방 운동에 뛰어든 존 퀸시 애덤스 미국 제 6대 대통령의 한 변론 사례를 들었다. 김 처장은 “노예로 팔려가던 아프리카 흑인들이 선원을 해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자 애덤스는 이들의 자유권과 정의를 강조하며 재판을 승소로 이끌었다. 역사를 바꾼 판결이다. 이처럼 법 기술자가 아닌 좋은 법률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