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대법원이 임금피크제의 유·무효 기준을 제시하는 판결을 선고하자, 법조 안팎에서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에 관한 기존 해석을 바꾼 이후(2012다89399 등) 관련 소송이 잇따랐던 '통상임금 사태'에 버금가는 파장이 일었다. 선고 직후 로펌에는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법률리스크를 묻는 기업들의 자문 요청이 쇄도했고, 판결 관련 질문도 꼬리를 물었다. 각 기업 노조 등의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번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에서 더 나아가 일반 민간 기업으로까지 관련 소송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목적의 타당성 △적용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줄어든 돈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지만, 결국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개별 사안마다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31일 법률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퇴직한 근로자 500명은 2021년부터 공단을 상대로 임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사건 당사자들은 공동으로 공단과 노사 간 맺은 임금피크제가 전부 무효라며 소송을 냈지만 2022년 5월 패소가 확정됐다. 소송 계속 중 각 당사자들은 개별적으로 일부 조항에 대한 무효를 주장하며 별도로 임금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대리인도 동일한 변호사들이 선임돼 청구취지 등 주장 내용이 사건마다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등에 따르면 전국 법원으로 배당된 이들 사건은 지금까지 2월 말을 기준으로 1심에 272건, 2심에 214건, 3심에 3건이 계류 중이다. 주된 쟁점은 △이번 소송이 지난해 대법원에서 패소로 확정된 전소의 기판력에 저촉되는지 여부 △임금피크제 특정 조항이 원고의 임금을 소급 삭감한 것인지 여부 △피크임금을 사후에 재산정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이다. 공단 측은 전소가 확정됐기 때문에 기판력 저촉이라며 청구 기각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재판부에선 소송물이 동일한지 여부에 대해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처음 1심이 선고된 대구지법 김천지원(2021가소84)에선 주된 쟁점에 대해 모두 원고 측 주장이 옳다고 판단하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지만 전주지법 정읍지원(2021가소55)은 모든 쟁점에서 공단 측 주장을 받아들이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 밖에 포항지원(2021가소215)과 대구지법(2022나301171) 등 전국 재판부에서도 쟁점 사항들에 관해 달리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