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법의 생소한 표현 일부를 알기 쉽게 바꾸는 내용의 민법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표현'을 넘어서 '내용'에 대한 개정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58년 2월 제정된 이래 법무부는 2009년과 2014년 민법 개정위원회를 꾸리는 등 민법 개정 작업에 꾸준히 착수했지만 번번이 개정안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에 법조에서는 제정 이후 65년 동안 변화한 시대양상을 반영하지 못한 민법의 내용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동안 전문가들이 모여 내놓은 개정위의 개정안을 중심으로 개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재형(58·사법연수원 18기) 전 대법관은 "과거 법무부 산하에 설치됐던 민법개정위원회에서 민법 중 재산편 등에 관해 많은 개정안이 작성됐다"며 "그 중 일부는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이 됐지만 대부분 통과되지 못했고 일부는 제출하지도 못한 채 사장되어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 사이에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는 민법 개정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졌는데, 한국에서도 상당히 많은 예산과 인력을 들여 만든 민법개정안을 그대로 묻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당시 진행했던 민법 개정 작업을 다시 살려 그대로 진행하거나 필요에 따라서는 수정할지 의견을 모아 추진할 필요가 있고, 민법개정위에서 결론내지 못했던 제도들에 관해서도 새롭게 개정작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계정(51·31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도 '총유 규정의 개정 여부와 비법인사단의 규율'이라는 논문에서 "우리 민법은 1958년 2월 22일 제정된 이래 50년이 지나도록 큰 손질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은 거의 전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겪었다"며 "그런데 유독 민법은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 채 50년 전 모습 거의 그대로 정체되어 있어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민법을 가르치면서 민법전에 여전히 시대와 동떨어진 용어, 현재의 실거래를 설명하지 못하는 사문화된 조항에 대한 질문을 학생들로부터 받을 때마다 학자로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만큼 앞선 조항이 조속히 정리되어 후학들에게 짐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박수연·한수현·이용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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