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학과 전문의 A 씨는 2008년 6월부터 인천에서 병원을 운영하다 12년이 지난 2020년 6월 해당 병원을 의료법인으로 설립하기 위해 인천시에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신청했다. 그런데 인천시는 같은 해 9월 A 씨의 설립허가 신청에 대해 불허가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인천시가 내부 '의료법인 설립허가 기준' 등을 근거로 법인설립을 불허가했다"며 2020년 10월 소송을 냈다. 1심은 2021년 10월 A 씨가 설립하려는 의료법인을 비영리법인으로 봤다. 그러면서 민법 제32조 등에 따라 설립허가를 할 것인지 여부는 주무관청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재량에 맡겨져 있음을 전제로 구체적 사실관계를 심리한 뒤 인천시의 손을 들어줬다. 2심도 2022년 5월 "1심이 정당하다"며 A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 씨가 의료법인을 설립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민법 제32조가 비영리법인의 설립에 관해 허가주의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허가주의는 법인설립 요건을 갖췄더라도 주무관청의 자유재량에 따라 허가 여부가 최종 결정돼 설립허가를 신청한 신청인이 불허가 처분에 대해 다툴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또 헌법이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뿐더러 주무관청의 불허가 결정에 대해 다툴 방법도 드물어 과잉규제라는 비판이 거세다.
법무부가 발의했던 민법 개정안에는 법인의 설립을 허가주의에서 인가주의로 변경하자는 개정안도 포함되어있었다. 하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법무부에서 발의했지만 18대~19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지된 민법 개정안은 총 3건이다.
먼저 2011년 6월 22일자 발의안은 법인, 소멸시효, 점유취득시효에 관한 내용이다. △비영리법인의 설립을 허가주의에서 인가주의로 변경하고 △비영리법인의 합병·분할제도를 신설하며 △거래관계를 신속하게 종결시키기 위해 채권의 일반소멸시효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고 단기소멸시효제도를 폐지하며 △부동산 점유시효취득의 요건으로 선의·무과실 요건을 추가하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2013년 7월 17일자 발의안은 등기 부동산에 대한 유치권 폐지 관련 내용이다. 부동산 유치권 제도의 문제점으로, 등기부에 공시되지 않음에도 우선변제를 받아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히고, 유치권자의 점유로 인해 부동산 사용·수익이 제한되어 사회경제적 효용이 감소하는 것이 지적됐다. 이에 유치권 제도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고, 채권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며 제도 운영상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안됐지만 제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14년 10월 24일자 발의안은 법인설립의 입법주의 변경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2011년 6월 22일자 발의안과 유사하다. 법인 설립의 활성화에 이바지하며,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하여 법인의 설립을 허가주의에서 인가주의로 변경하고, 그 밖에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기 위해 제안됐다. 구체적으로는 정관의 변경을 주무관청의 '허가사항'에서 '인가사항'으로 전환하고, 법인 출연재산의 귀속시기에 관한 규정의 정비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별취재팀=박수연·한수현·이용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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