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장 출신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강남에 있는 수백억 원 짜리 건물을 물려주고도 자식과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임대수익 등은 생존하는 동안 아버지가 관리한다'는 계약서를 쓰지 않아서다. 유명 사립대 교수로,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아들은 "그동안 내 지분 몫의 임대료 수익을 내놓으라"며 아버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아버지는 임대료 등 건물 수익은 생전에 자신이 관리하는 조건으로 이루어진 '부담부 증여'라고 맞섰지만 1심은 아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의 항소심은 현재 서울고법 민사35-3부에서 진행 중이다. 오는 18일 결심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부담부 증여'는 증여를 받는 사람에게 일정한 급부를 할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증여를 뜻한다. 예들 들어 부모가 담보권이 설정된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그에 따른 채무도 함께 넘기는 경우 등이다. 자식이 부모의 부양 의무를 다하는 것을 조건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이른바 '효도계약'도 부담부 증여로 볼 수 있다.
법조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부담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계약서나 각서 등을 사전에 작성해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명시적으로 부담을 적시한 계약서 등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이러한 사건은) 사안에 따라 재판부가 사실관계의 문제로 따져봐야 하는데, 만일 부담부 증여라는 것이 인정되면 비록 소유권 이전등기가 이뤄졌더라도 무효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