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 일할 때 당사자로부터 종종 듣던 질문 중 하나는 법정에 갈 때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가였다. 무슨 옷을 입건 재판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지만, 그래도 고민이 된다면 무난하고 단정한 옷을 권한다고 답하곤 했다. 한참 전에 학교를 그만둔 학교 밖 청소년까지도 어디서 났는지 교복을 찾아 입고 소년법정에 출석하는 것을 보면, 법정에서의 드레스코드는 누구에게나 고민되는 일인가 보다.
많은 변호사들은 한여름에도 완벽한 정장 차림을 고수한다. 냉방장치를 가동해도 그리 시원하지 않은 법정인데, 열띤 증인신문이라도 벌어지면 온몸에 흐르는 땀을 느끼며 공방을 치러야 한다. 넥타이 정도는 풀어도 얼마든지 괜찮을 법한데 변호사협회 차원의 여름철 복장 간소화 협조 요청이 있어도 법정의 풍경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던 것 같다.
판사들은 어떤가. 언젠가 법복을 세탁하려고 집에 가져왔을 때 아내가 한번 입어보자며 법복을 받아 들고 한 첫마디는 “완전 담요네?”였다. 판단의 고뇌와 무거운 책임감을 뜻하는 ‘법복의 무게’라는 관용적 표현이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실제로도 법복은 무겁다. 그런 만큼 한여름에 법복을 입고 법대에 앉아 있으면 무척이나 덥다. 그나마 몇 해 전 기존의 법복보다는 가볍고 얇은 소재로 만든 것을 1벌 더 대여받았지만, 법정의 에어컨이 멈춘 후에도 재판이 계속되는 날에 느껴지는 끈적임은 예전이나 매한가지다. 실용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법복에 별다른 점수를 줄 수 없지만, 판사가 하는 재판 준비의 가장 마지막 단계는 법복을 갖추어 입는 일인 만큼 나름의 의미가 있다.
재판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은 정해진 복식을 따르거나, 나름의 고민을 거친 드레스코드를 지키며 각자의 자리에 선다. 재판은 엄격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의례이고, 법정은 의례가 이루어지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재판이 시작되고, 모두 재판 자체에 완전히 빠져들고 난 후에는 누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법정의 복식을 규정하고, 법정의 드레스코드를 고민하는 것은 재판을 하는 목적에 오롯이 집중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오늘도 법복을 입는다.
김현성 판사(대구가정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