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법관 생활 중 가장 격무에 시달리는 기간"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업무 강도가 센 편이다. 쏟아지는 상고심 사건을 처리하려면 평일과 다르지 않게 주말에도 똑같이 출근해 연구 업무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상고 사건이 접수되면 가장 먼저 재판연구관이 빠르게 연구하고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대법원 재판 진행의 첫단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조세조, 근로조, 지적재산권조' 선호'공동조'로 칭해지는 공동재판연구관은 △헌법행정조 △민사조 △상사조 △형사조 △근로조 △조세조 △지적재산권조 등 7개조로 나뉘는데, 근로조와 조세조 지적재산권조에 대한 선호가 가장 높다. 최근 대법원에서 노동 이슈와 관련된 중요한 판결이 많이 나오고, 조세와 지적재산권을 전공한 대법관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로 꼽힌다. 특히 전통적으로 선호가 높은 조세조의 총괄부장연구관은 동기들끼리 경쟁이 뜨겁다.
한 부장판사는 "지재조, 근로조 재판연구관을 지낸 전 판사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대형로펌에 가는 사례들이 눈에 띄는데, 결국 시장의 니즈(Needs)에 따라 (법관들의) 선호도 쏠리는 것"이라고 했다.
재판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조세조는 전통적으로 법관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인데, 판사들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제너럴리스트이기 때문에 경력이 점차 쌓일 수록 전문성을 갖추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라며 "전문성을 쌓기 가장 좋은 곳이 조세조, 근로조, 지재조여서 자연스럽게 로펌에서도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는 최근 들어서 부각되기 시작했고, 전통적인 인기 조는 조세와 지재"라며 "최근 대법원이 노동 사건에 대해 의미 있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전문 분야로 떠올랐다"고 했다.
재판연구관은 대형로펌 영입 대상 1순위재판연구관 보직은 본인의 몸값을 높이는 단계로도 활용된다. A 로펌의 한 변호사는 비법관연구관으로 대법원에서 3년을 보낸 뒤 규모가 더 큰 B 로펌으로 갔다. 해당 변호사의 연봉은 같은 기수에서 최상위급이라는 말도 있다.
대형로펌은 재판연구관 경력을 가진 법관을 앞다퉈 영입하고 있다. 올해 2월 정기인사에서 사직한 대법원 재판연구관 4명 모두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이동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첫 법관 정기인사인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5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내다 사직한 법조인 가운데 83%가 로펌으로 이동했다. 김앤장으로 9명이 이동했고 5명은 율촌, 4명은 세종, 2명은 화우로, 법무법인 광장과 태평양으로는 1명씩 이동했다.
2017년부터 법관 재판연구관은 99명 이하법관인 재판연구관의 수는 2017년 9월부터 100명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비법관 재판연구관은 법관 재판연구관과 비교했을 때 30~50%의 업무밖에 처리하지 못하는데 법관 재판연구관 수는 100명 이하로 줄이고 비법관 재판연구관은 늘려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재판연구관의 근무기간은 3년인데, 첫 해는 전속조나 특수 공동조로 배치되지 않고 민 ·형사 신건조에서 사건을 처리한다.
2018년부터는 전속조 연구관의 수가 줄고 공동조 연구관의 수가 늘었다.
최근에는 형사신건의 경우,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해 내부적으로 일정한 기한을 정해 도과한 사건들을 점검하는 등 사건처리가 지연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과거 장기미제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설치했던 '장미조(장기미제조)'가 있었지만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민·상사 미제 사건을 줄이기 위해 '민사특별조'를 만들어 운영했는데, 올해부터는 없어졌다.
"판사 생활 중 업무강도가 가장 센 기억"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도 민사본안사건의 상고심 접수건수는 상고사건 수는 1만1602건(소송남용인 사건 제외), 형사공판사건의 상고심 접수건수는 1만9929건이다.
재판연구관을 경험한 판사들 사이에서는 "연구관을 끝낼 때까지 제대로 휴식을 취할 날이 단 하루도 없었을 정도"라며 "판사 생활 중 업무강도가 가장 강력했던 기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민사나 형사 신건조에 있었을 때에는 평일과 주말의 구분이 없이 보고서를 썼다"고 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하급심 판결문과 함께 수백, 수천 페이지까지 이르는 사건기록 등을 검토하고 관련 자료까지 연구하려면 하루에 보고서 1개를 작성하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고 밝혔다.
박수연·한수현·이용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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