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사 갑질 의혹을 받는 CJ올리브영을 대상으로 8월 전원회의를 열고 제재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헬스앤뷰티(H&B) 업계 1위인 올리브영이 납품사에 독점 거래를 강요했다고 공정위가 판단하면, 최대 수천억 원대 과징금까지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심의 과정에서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판단하는 전제조건인 '시장 획정'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2월 말 올리브영에 독점거래를 강요한 것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올리브영은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납품사에 랄라블라, 롭스 등 경쟁 H&B 업체에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했다.
독점 판단할 '시장 획정' 문제가 쟁점
이번 공정위 심의에서 관건은 올리브영의 '시장지배적사업자' 지위가 인정되느냐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르면 △시장점유율이 100분의 50 이상 △셋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의 합계가 100분의 75 이상인 경우 해당 사업자를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추정한다. 올리브영의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H&B 시장 점유율은 71.3%다.
이에 시장지배적사업자 지위를 판단하는 전제 조건이 되는 '시장 획정'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올리브영은 H&B 시장 점유율로 보면 시장지배적사업자이지만, 온오프라인 유통업계로 시장을 넓히면 점유율이 떨어져서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여러 중저가 브랜드 화장품을 매장에 모아두고,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시장을 H&B 시장으로 획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켓컬리, 쿠팡 등 온라인 유통업체는 직접 상품을 체험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경쟁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아모레퍼시픽과 같이 자사 브랜드의 화장품 제조·유통을 함께하는 업체도 관련 시장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대형로펌의 공정거래 분야 변호사는 "시장 획정을 할 때는 수요대체성, 공급대체성, 소비자 인식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데, 예컨대 '풋케어 크림'을 사려는 사람이 올리브영 대신 편의점에 갈 수 있느냐 등을 고려하는 것"이라며 "아직 국내 H&B 시장이 획정된 적이 없고 올리브영은 편의점 등 유통업계, 온라인 쇼핑몰 등과도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공정위가 시장 획정을 어떻게 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지배적사업자' 인정되면 과징금 수천억 원
만약 공정위가 이번 사안의 관련 시장을 H&B 시장으로 좁혀, 올리브영을 시장지배적사업자로 보고 독점 거래를 강요했다고 판단하면 과징금은 매출액의 6%까지 부과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제8조는 시장지배적사업자가 남용행위를 한 경우 매출액에 100분의 6을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법 위반 행위가 2014년부터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어, 이 경우 올리브영에는 최대 5000~6000억 원가량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반면 올리브영에 시장지배적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3조 배타적 거래강요 금지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 과징금 규모도 시장지배 남용금지 위반 시보다 낮아진다.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공정위도 경제 분석 등을 통해 근거를 가지고 시장 획정을 한 것이므로, 공정위 단계에서 (올리브영이) 시장 획정을 뒤집기는 어렵다"며 "다만 과징금 규모가 커 불복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인 사안으로 적극 소명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