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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한과 함께 읽는 아동청소년문학
기억 전달자
신승한 교수(광운대·영미문학)
2023-06-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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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어쩔 도리 없이 슬픔과 고통을 느끼고, 때때로 차별과 비효율을 경험하는 등 온갖 역경에 직면하곤 한다. 일면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이런 요소들이 삶으로부터 전부 제거된 세계가 있다면 어떨까. 로이스 로리(Lois Lowry)의 《기억 전달자》(The Giver, 1993)는 바로 이와 같은 물음으로부터 출발하는 책이다. 《기억 전달자》는 모든 것이 통제되는 가운데 사람들의 삶에서 고통과 비효율을 배제했지만 그 대가로 개성 또한 사라져버린 가상의 미래 사회를 다룬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이야기는 열두 살 소년 조너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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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스는 직업, 가족, 감정을 포함한 삶의 모든 측면이 엄격하게 획일적으로 통제되어 언뜻 보기에는 ‘완벽한’ 공동체에 살고 있다. 이 세계에서는 모두가 동일한 교육을 받으며, 똑같은 형태의 가족을 이루어 그 구성원으로 성장한다. 열두 살이 되면 ‘위원회’는 각 개인의 적성을 고려하여 일괄적으로 직분을 정해준다. 모두가 직업을 얻기 때문에 이곳에는 가난도 실업도 없고, 경제적 소외나 굶주림은 물론 빈부격차 역시 없다. ‘멋진 신세계’다. 공동체에 요구되는 여러 형태의 임무는 엔지니어, 양육자, 교사, 간병인 등 다양한 직종에 효율적으로 할당된다. 모두가 취업에 성공하는 취업률 100%의 사회라니, 그야말로 이상적이지 않은가.

그러나 직업이 정해지는 열두 살 기념식에서 ‘기억 보유자’의 직분을 부여받게 되면서 조너스의 시련이 시작된다. 기억 보유자란 조너스의 공동체 내에서 과거의 기억을 지니고 전승하는 역할을 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효율성과 통제를 극대화한 나머지 기억과 감정의 영역에까지도 분업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비슷한 원리로 이 공동체에서는 출산 또한 일부 구성원들이 전담한다.) 공동체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기억과 감정을 억제하는 길을 선택한 셈이다. ‘기억 전달자’로 명명되는 기존의 기억 보유자와 함께 그를 계승하기 위한 훈련을 시작하면서, 조너스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실현한 외견상의 조화가 기억의 억압과 진정한 감정의 부재를 통해 달성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기억 전달자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공동체의 집단 기억을 조너스에게 전달하는데, 조너스는 가족의 따뜻함, 사랑의 흥분, 상실, 전쟁 등의 기억을 통해 삶의 고통과 환희를 모두 경험한다. 조너스는 이 과정에서 점차 공동체의 무균성(無菌性)에 환멸을 느끼고 그것이 이뤄지는 원리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며, 우여곡절 끝에 공동체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위험한 여행을 결행하고 만다. 작품은 조너스의 운명이 불확실함을 보여줌으로써 일종의 열린 결말로 끝나지만, 그가 이전의 억압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향했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로이스 로리는 《기억 전달자》로 1994년에 뉴베리 메달을 수상했는데, 이는 1990년에 《별을 헤아리며》(Number the Stars, 1989)로 같은 상을 받은 데 이은 두 번째 수상이었다.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기억 전달자》에서 “자유와 개성이라는 개념, 그리고 삶에서 아픔과 기쁨을 모두 경험하는 일의 중요함을 다루었다”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 그는 작품을 통해 “감정을 억압하고 개인의 선택을 제한하는 사회가 지닌 위험성”을 조명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 책은 《스쿨라이브러리저널》(School Library Journal)이 2012년에 선정한 〈최고의 어린이소설 100선〉 중 4위로 뽑혔을 정도로 잘 알려졌고, 교실에서도 널리 읽히는 등 지금껏 수많은 독자들을 확보해 왔다. 필립 노이스(Phillip Noyce)가 감독한 같은 제목의 영화가 2014년에 나왔고, 2020년에는 P. 크레이그 러셀(P. Craig Russell)에 의해 그래픽나블(Graphic Novel)로 각색되기도 했다. 한국어판은 원작과 그래픽나블이 각각 2007년과 2020년에, 모두 비룡소(장은수 역)를 통해 출간되었다.


신승한 교수(광운대·영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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