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원에 육박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전의 승자를 사실상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김홍일)가 정한다. 사업 제안서 평가의 승부를 가를 핵심 요인 '보안사고 감점 규모' 기준에 대한 시정권고를 발주처인 방위사업청에 내릴지 결정권을 쥐게 되면서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중순 권익위에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 중 보안사고 감점 규모 조정을 요청하는 민원을 냈다. 권익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방위사업청장에 시정권고를 내린다.
앞서 해군 차기 호위함(FFX) 울산급 배치-Ⅲ 사업 입찰에서 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과 맞붙었다. 제안서 평가에서 한화오션은 최종 91.8855점을, 현대중공업은 91.7433점을 받았다. 단 0.1422점의 차이로 한화오션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중공업은 보안사고 감점 규정에서 1.8점을 감점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청이 제안서 평가에서 보안 감점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방산업체의 기술 능력보다 보안사고 여부가 사업자를 결정하는 주객전도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초전격인 FFX 사업 입찰에서 보안 감점 규모가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결국 권익위의 결정이 KDDX 수주전의 승패도 판가름할 것으로 전망된다. KDDX는 2030년까지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내년 입찰 예정으로 7조8000억 원 규모다.
권익위가 현대중공업의 민원을 받아들이고 방사청이 이에 따라 지침을 개정한다면, 앞으로 있을 KDDX 수주전에서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입장이 뒤바뀔 수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권익위 권고 제도개선의 전체 이행률은 76.2%에 이른다. 사실상 구속력이 있는 셈이다.
권익위는 2018년에도 방위사업청장에 보안사고 감점 규모를 축소하라고 의견을 냈다. 방사청은 이를 받아들여 2019년 9월 지침을 개정해 감점 상한을 기존 -3점에서 -1.5점으로, 적용기간은 2년에서 1년으로 내렸다. 다만 이후 3차례에 걸쳐 지침을 개정하면서 보안사고 감점 규모를 감점 상한 -2점, 적용기간 3년 등으로 다시 강화했다. 현대중공업은 권익위가 2018년 의결한 취지대로 보안사고 감점 규모를 다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